청와대는 30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 등으로 검찰이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및 여권 인사 13명을 기소한 데 대해 “국민들이 판단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소독점주의에 기대 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내의 대체적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ㆍ여권 인사에 대한 검찰의 무더기 기소와 관련한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저희가 구체적 입장을 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어떤 기소인지, 어떤 성격의 것인지는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향후 이어질 법원의 공판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라는 취지다. 한 전 수석 등에 적용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은 기소 이후 6개월 이내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애써 진실공방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대응은 다른 한편으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차원을 넘어 “검찰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는 여권 내 대체적 기류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절차를 무시하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패싱하면서까지 ‘하명 기소’를 하고 있다”며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흠집을 내고 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의 벽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뜻이다.
당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이번 수사는 정치적 목적으로 기획됐다”며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다른 관계자는 “결국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고 검찰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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