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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김기춘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기환송… 직권남용죄 엄격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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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김기춘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기환송… 직권남용죄 엄격 적용

입력
2020.01.30 17:33
수정
2020.01.30 20: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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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ㆍ국정농단 재판도 영향 전망

/그림 1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30일 대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있다. 뉴스1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관여하는 합의체)가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일부 무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같은 혐의가 적용된 이른바 ‘적폐 청산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박근혜 정부 청와대ㆍ행정부 고위 인사 7명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는 이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문화출판산업진흥원 등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을 시켜 정부 정책에 반감을 가진 문화ㆍ예술계 인사들의 지원을 배제하도록 한 대부분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예술위원장 등에게 배제 지시를 전달하고 지원 배제 대상자의 불리한 점을 심의위원에게 전달한 행위 및 지원 배제가 쉽도록 심의위원을 구성하는 등의 행위를 모두 유죄라고 봤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산하기관 직원을 시켜 각종 명단을 송부하도록 한 행위 및 지원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상황을 보고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심리를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상급기관의 요청에 응하거나 협조한 단순 행위까지 위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날 전원합의체 판결은 ‘적폐수사’에서 전가의 보도로 쓰였던 직권남용죄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만 성립하는데, 특히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의무 없는 일’의 범위를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전원합의체는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를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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