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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반도체ㆍ정의선 수소차, 재벌기업이라 투자 가능했다

입력
2020.01.30 16:43
수정
2020.01.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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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Biz잠망경] 삼성의 반도체ㆍ현대의 수소차 투자가 대표적

수십 년 투자해야 결실 볼 수 있어서 재벌 아니면 어려워

정경유착 등의 폐해는 막고 장점을 살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연례 'CEO 총회'에 공동회장으로 참석해 전체회의 시작을 알리는 환영사를 전하고 그룹별 세부 토론을 주재했다. 사진은 정의선(압줄 중앙 오른쪽) 수석부회장과 공동 회장사인 베누아 포티에(앞줄 중앙 왼쪽) 에어리퀴드 회장 등 글로벌 기업 CEO들의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연례 'CEO 총회'에 공동회장으로 참석해 전체회의 시작을 알리는 환영사를 전하고 그룹별 세부 토론을 주재했다. 사진은 정의선(압줄 중앙 오른쪽) 수석부회장과 공동 회장사인 베누아 포티에(앞줄 중앙 왼쪽) 에어리퀴드 회장 등 글로벌 기업 CEO들의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확장과 총수의 적은 지분으로 그룹과 계열사를 통제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재벌기업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주주의 입김이 너무 강한 서구의 기업들은 전망이 불확실한 장기적인 투자에 대한 주주들의 동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당장 이익이 나지 않아 배당이 줄어드는 사업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의 반도체 투자도 수십년 전에 이루어졌지만 엄청난 수익을 내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수십 년이 지나서야 겨우 결실을 얻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수소차도 반도체와 유사한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최근에 만난 김세훈 현대자동차 마북연구소 소장(전무)의 지적이 그렇다. 현대차그룹에서 수소차를 개발하는 연구소다. 김 소장은 수 십년간 적자를 내면서 연구개발만 해오다가 이제야 빛이 조금씩 보인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신설해 수소차 개발을 시작한 것이 1998년으로 22년 전이다. 하지만 그동안 돈만 쏟아부었을 뿐 이익은커녕 손실만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래도 재벌기업이라 투자를 꾸준히 할 수 있었기에 이 같은 성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김 소장의 설명이다. 반면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같은 자동차 회사는 이런 장기적인 투자에 대한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주들의 반대가 심해서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것에 투자하지 않고 지금 있는 내연기관 형태의 자동차를 더 발전시키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이 집중 투자했던 디젤 차량에서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심각한 문제가 불거졌다.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수소차에 대한 개발은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급한 대로 전기차로 옮겨 타려 하지만 이미 전기차는 중국 기업들이 대세를 장악한 상황이다.

반면 일본이나 한국처럼 재벌 형태의 기업이나 중국처럼 사실상 국가가 기업경영을 하는 국가에서는 장기투자가 가능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수소차의 개발에서 이들 3개국이 앞장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 수소차가 이제는 미래의 차로 자리매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아직은 수익이 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 김 소장의 분석이다. 최근 들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자신감을 갖고 수소경제와 수소에너지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하는 것이 이런 맥락에서다. 또 얼마 전 열린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수소경제에 대한 섹션이 마련됐고, 앞으로 화석연료나 원자력 등을 대체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에너지원이 수소라는 점에 대체로 컨센서스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CEO 총회’에서도 수소사회 구현을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에너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해법이 되려면 원가를 낮추고 일반대중의 수용성확대,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공동 회장을 맡고 있는 수소위원회는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때 출범한 최고경영자들의 협의체다. 현대차가 수소경제와 수소사회를 주도하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 재벌의 역사는 정경유착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정치권력과 재벌기업의 유착은 그 기업에는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지만 다른 경제 주체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요지다. 정경유착으로 기업생태계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재벌과 정치의 유착 관행으로 우리나라에는 반기업정서가 유달리 강한 측면이 있다. 정경유착의 관행은 영원히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핍박을 받고 사회의 지탄을 받는 것도 우리 사회가 지양해야 할 일이다. 반도체와 수소차의 개발의 사례에서 보듯 재벌의 장점을 잘 살려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이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조재우 산업부 선임기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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