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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상자 탑승ㆍ교민 수용시설ㆍ개학 연기… 매번 손바닥 뒤집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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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상자 탑승ㆍ교민 수용시설ㆍ개학 연기… 매번 손바닥 뒤집듯

입력
2020.01.31 01:00
수정
2020.01.31 07: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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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마다 서로 다른 입장 쏟아내… 감염질환 예방 핵심 신뢰성 상실 

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우한 교민 지원과 임시생활시설 운영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우한 교민 지원과 임시생활시설 운영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차분히 대응해야 할 정부가 연일 우왕좌왕 하면서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 우한시 교민 이송 방안과 대상, 그리고 임시생활시설 설치 지역 결정, 개학 연기 등을 두고 기존 방침을 손바닥 뒤엎듯 바꾸거나, 담당 기관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감염질환 예방에 가장 중요한 정책 신뢰성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로 다른 정보를 쏟아내는 다양한 스피커로 인해 정확한 정보와 현황을 갈구하는 국민은 발을 동동 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증상자 “안 태운다” 하고 다음날 “결정 안돼” 

중국 우한시에 전세기를 투입해 교민을 국내로 데려오는 방안만 해도 보건당국과 외교당국은 다른 뉘앙스의 정보를 내놨다. 유증상자 이송 계획은 불과 반나절 만에 없던 일이 됐고, 다음날 오전 “결정된 게 없다”는 말도 들려왔다.

28일 외교부는 “37.5도 이상 발열, 구토,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의심증상자는 전세기에 탈 수 없으며 중국 측에 의해 우한에서 격리된다”고 전세기 탑승을 신청한 우한시 교민에게 안내했다. 그러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오전 의약단체장 간담회에서 외교부의 사전 안내와 전혀 다른, 유증상자 이송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증상자를 독립된 비행기에 태우거나, 1층과 2층으로 구분된 큰 비행기에서 층을 달리해 유증상자와 무증상자 간 교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세부 방법까지 설명했다. 국민 입장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를 총괄 지휘하는 복지부 장관(중앙사고수습본부장)의 말인 만큼 확정된 정보로 인식됐을 것이다. 하지만 고작 8시간 만에 복지부 장관의 계획은 같은 복지부의 차관 발언으로 부정됐다. 이날 오후 김강립 차관은 “현지 검역 절차를 존중하기로 해 우선 무증상자만 데려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불과 하루 만에 교민 이송 방침이 ‘무증상자 이송→무증상ㆍ유증상자 모두 이송→무증상자 이송’으로 바뀐 것이다. 교민 이송 일정이 뭉그러진 30일 오전 정부 관계자는 “아직 (유증상자 이송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을 전해오기도 했다.

오락가락한 정부 입장. 그래픽=김대훈 기자
오락가락한 정부 입장. 그래픽=김대훈 기자

 ◇오락가락 교민 수용시설…정부 “사과드린다” 

전세기로 귀국하는 우한 교민들이 머물게 될 임시생활지역 결정을 놓고도 정부 부처ㆍ중앙과 지방정부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대목이 많이 눈에 띈다.

28일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임시생활시설의 장소나 규모는 밝힐 수 없다”(이승우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는 입장이었다. 이날 오후 외교부가 기자설명회 직전 배포한 발표문에는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2곳이 지정됐다’고 적혀 있었으나 설명회에선 “임시생활보호시설은 공무원 교육시설 활용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특정 지역을 밝히지 않았다.

그랬다가 다음 날인 29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임시생활시설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2곳을 지정했다고 ‘기습’ 발표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천안에서 반발하니 임시생활지역을 바꿨다”며 격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박능후 장관은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종합 점검회의’에서도 “오늘(30일) 전세기로 우한 교민들이 입국하는 만큼 격리시설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논란이 거세지자 김강립 차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역사회에 상당한 불만과 혼선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벌어진 사흘간의 웃지 못할 촌극 앞에 정부 당국자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개학 연기 안 한다 했는데…” 

학생들의 안전 관리나 전염병 예방의 기초인 증상자ㆍ접촉자 수 파악에서도 기관 간 오락가락 행보가 벌어졌다. 지난 28일 오전 평택시는 네 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의 접촉자 수를 96명으로 발표했으나, 당일 오후 질병관리본부는 172명이라고 설명했다. 중앙과 지방의 불통이 빚은 결과다.

같은 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개학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교육부는 몇 시간 뒤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총리실과 정부의 입장을 따라야 한다”라며 상황 변화를 수습하려 했지만 학부모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30일 현재 서울 시내 학교 9곳(초교 7곳ㆍ유치원 2곳)이 학교장의 재량으로 개학을 늦추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아이가 ‘안전한 학교’로 돌아갔다고 믿은 부모 입장에선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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