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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스터디] 에볼라, 중동, 한타도 지역명.. 그런데 우한은?

입력
2020.01.31 07:00
수정
2020.01.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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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다 논란되는 감염병 이름의 역사, 그리고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국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환자와 보호자 등 병원 방문자 전체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국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환자와 보호자 등 병원 방문자 전체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공식 명칭에 지역 이름(우한)을 넣느냐 마느냐를 두고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중국 눈치를 보느라 절절 매는 것 아니냐고 야당은 공세를 펴는데요. 정말 그럴까요? 과거 감염병들은 어떻게 명칭이 정해졌을까요?

실제 과거 상당수 감염병 이름은 지역 명에서 따왔어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돼 아시아 남서부와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을 총칭하는 ‘중동’이 이름 앞에 붙었죠. 이집트의 바이러스 학자 알리 모하메드 자키 박사가 메르스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했고, 이후 중동에서 잇따라 감염자가 발생했기 때문이에요. 다만 메르스도 발생 초기엔 정식 명칭 없이 잠정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 불렸습니다. WHO는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한 카타르 남성에게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어요.

2015년 5월 인천공항에 도착한 입국객들이 발열 감시 적외선 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5월 인천공항에 도착한 입국객들이 발열 감시 적외선 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확산한 에볼라 바이러스도 장소에서 이름을 따왔는데요.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 강 근처 한 마을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에볼라 강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박쥐 내부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발병한 것으로 추정됐어요.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G 아룬 쿠마르 인도 마니팔대 바이러스 연구소장은 “이번 발병의 경우 니파 바이러스에 걸린 박쥐가 우물에 떨어졌고, 사람들이 그 우물물을 마시면서 감염된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한타 바이러스는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 한탄강 유역 비무장지대에서 감염 사례가 주로 보고되면서 ‘한타’라는 이름을 얻었어요. 한타 바이러스는 한탄강 유역의 들쥐를 통해 치명적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타바이러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타바이러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런가 하면 전혀 엉뚱한 지역 이름이 붙은 사례도 있어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유럽 등에 창궐한 스페인 독감인데요. 당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스페인은 언론 통제가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언론 통제가 있었던 참전국들과 달리 스페인의 언론들이 독감 관련 내용들을 집중 보도하면서 주목을 받아 마치 스페인에서만 독감이 번진 것처럼 ‘오해’를 받은 거에요. 스페인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장소가 아니라 질병의 증상과 원인 등을 바탕으로 이름을 정하기도 합니다. 2003년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처음에 ‘괴질’로 불리다가 명칭이 공포감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 사스로 정리됐어요.

호흡기 감염병인 레지오넬라는 미국 재향군인(Legionnaire)들에게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1976년 필라델피아의 한 미국 재향군인회 행사에 참석한 사람 221명이 오염된 냉각수로 인해 집단폐렴증상을 보였고, 이 중 34명이 사망하면서 붙여진 명칭이지요.

때마다 논란이 계속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칼을 꺼내 들었는데요. 2015년에 표준지침을 만듭니다. 지리적 위치, 사람 이름, 동물ㆍ식품 종류, 문화, 주민ㆍ국민, 산업, 직업군이 포함된 병명을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입니다. 특정 지역이나 동물 등에 주홍글씨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겠죠.

이에 따라 WHO는 우한 폐렴도 잠정적으로 ‘노벨(novelㆍ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또는 ‘2019-nCoV’라 부르고 있습니다. 새롭게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뜻입니다. 청와대도 이런 권고를 받아 들여 국내 언론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써달라 당부하고 나섰죠.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여러 가지 변종이 있는데요. 사스나 메르스 역시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에요. 코로나바이러스에 해당하는 신종 질병이 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명칭은 혼동을 야기할 것이라 지적하는 이들도 있는 겁니다. 앞서 설명했듯 메르스 명칭도 처음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였으니까요.

어찌됐든 이제는 국제기준에 따라서 ‘우한’이라는 지역명을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할 텐데요.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신종 바이러스에) 지역 이름을 쓰면 특정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서 “또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하게 되면 지역명으로 불리는 게 의미가 없어지니 현재는 지역 이름으로 정하는 걸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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