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정말 인신매매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가? 얼마 전 태국 마사지사들 감금 사건 이외에도 2017년 7월 태국 여성들을 감금한 채 성매매를 강요한 브로커와 업주 등 70명이 검거된 사건이 있었으며, 지난해 8월에는 브라질 여성 7명이 연예인 활동을 약속한 브로커에게 속아 입국한 이후 여권과 항공권을 빼앗기고 감금된 채 성매매 업소에 팔려간 사건이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제 인신매매죄로 기소된 사건은 지난 2년간 단 한 건밖에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일산에서 태국 여성 6명의 여권을 빼앗고 감금 상태에서 마사지를 하도록 강요한 업주가 검거되었다. 이 업주는 형법상 감금 혐의만이 아니라 현재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된 마사지업소 운영으로 의료법 위반, 그리고 관광비자로 입국한 태국 여성들 고용으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놀랍게도 관련 기사에는 인신매매 혐의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인신매매는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표현이다. 80년대 후반 전국 대도시에서 지나가던 어린 여성들을 봉고차로 끌고 가 성매매 업소에 팔아 넘기는 사건들이 급증하면서 언론들은 “인신매매(人身賣買)” 범죄에 대해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당시 인신매매죄가 형법전에 규정된 것은 아니었다. 인신매매 조직들은 납치나 유괴 행위에 적용되는 약취ㆍ유인죄로 처벌받았다. 형법전에 인신매매죄가 들어온 것은 2013년인데, 2000년에 우리나라가 서명한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3년 12월 25일부터 발효된 인신매매 의정서는 유엔의 ‘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을 보충하여, 특히 여성과 아동 인신매매를 방지하고 처벌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는 성매매나 성착취, 강제노동, 장기 적출 등 착취를 목적으로 사람을 모집하고 이동시키고 인계받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의정서가 범죄로 규정하는 인신매매 행위는 상당히 포괄적인데, 사람을 모집ㆍ이동ㆍ인계하기 위한 수단에는 폭행이나 협박, 유괴와 같은 강압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사기나 기만 등 사람을 속이거나 권한을 남용하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를 이용하는 방법이 포함된다. 또한 보호감독자에게 금전이나 이익을 제공하고 보호받는 사람을 데려오는 것 역시 인신매매죄에 해당하는 행위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의정서에서 나열하고 있는 방법들을 이용하여 인신매매를 할 경우에는 인신매매된 사람이 모집이나 이동, 인계에 동의했더라도 인신매매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인신매매된 사람이 18세 미만의 아동인 경우에는 어떤 방법을 이용했는지와 관계없이 무조건 처벌된다.

인신매매 의정서에서 인신매매 범죄를 이렇게 포괄적으로 규정한 이유는 납치나 유괴와 같은 강제적인 인신매매보다는 빈곤 등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나 강제적인 노동, 장기매매 등으로 유인하는 사례들이 현실에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인신매매 범죄자들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 불안, 전근대적인 가족 질서 등으로 어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잡기 위해 혹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고자 하는 욕구를 이용한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약속된 일자리가 아닌 성매매 등 다른 일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약속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알선이나 소개비 명목으로 임금을 가로채기도 한다. 인신매매 의정서는 비록 자신이나 가족의 의지로 이동했다고 하더라도 거짓 또는 부정확한 정보만을 제공받아서 아니면 빈곤 등 취약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해서 착취되고 있는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이를 악용하는 인신매매 범죄를 억제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는 러시아, 필리핀 등 호텔ㆍ유흥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성매매가 급증하면서 2001년 미국 국무성의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최하위 3등급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현재까지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과 호텔ㆍ유흥비자 입국자들 대상 인신매매 예방절차 강화 등 인신매매 종식을 위한 조치를 이행함으로써 1등급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국내법에 다양한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를 처벌하는 규정도 도입했으며, 2014년 정부의 인신매매 의정서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정말 인신매매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가? 얼마 전 태국 마사지사들 감금 사건 이외에도 2017년 7월 태국 여성들을 감금한 채 성매매를 강요한 브로커와 업주 등 70명이 검거된 사건이 있었으며, 지난해 8월에는 브라질 여성 7명이 연예인 활동을 약속한 브로커에게 속아 입국한 이후 여권과 항공권을 빼앗기고 감금된 채 성매매 업소에 팔려간 사건이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제 인신매매죄로 기소된 사건은 지난 2년간 단 한 건밖에 없다. 2018년 성매매사건에 관한 1심 판결문들을 살펴보면, 처벌받은 알선업자 중 23.2%가 외국인 성매매 여성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며 이 중 여권을 빼앗기거나 제대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폭력을 당한 사례들도 있었으나, 모두 성매매범죄나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을 뿐 인신매매죄가 적용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사범일 뿐이며, 어떠한 보호나 지원 없이 강제로 추방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우리나라에서 고통받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더는 양산하지 않는 실질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형식적인 인신매매방지정책을 중단하고 인신매매 의정서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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