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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세기말 파리, 그때 그곳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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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세기말 파리, 그때 그곳에선

입력
2020.01.31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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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가 앙리 드 툴레즈 로트렉(1864~1901)이 1892~95년에 그린 '물랭루즈'. 세기말 파리의 분위기를 독창적인 양식으로 표현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드 툴레즈 로트렉(1864~1901)이 1892~95년에 그린 '물랭루즈'. 세기말 파리의 분위기를 독창적인 양식으로 표현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엔 1920년대 프랑스 파리로 시간 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차에 올라 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만난다. 장 콕토를 위한 파티에서 콜 포터의 노래를 듣고, ‘혼술’을 즐기던 헤밍웨이와 대화를 나눈다. 이후 피카소, 마티스, 달리, 브뉴엘, 만 레이 등을 만난다. 다시 한번 19세기 말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 로트렉, 드가, 고갱을 만난다.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되긴 했지만 파리란 그런 곳이었다. 문화와 예술 분야에선 세계의 수도라 할 만했다. 앨런의 영화가 파리의 ‘황금기’를 기리는 한 편의 캐리커처라면, 총 1,700쪽이 넘는 3권짜리 ‘예술가들의 파리’ 시리즈는 세밀화를 모은 화집이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패한 직후인 1871년부터 대공황이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1929년까지 파리를 빛나게 했던 예술가들의 족적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모네, 마네, 졸라, 드뷔시를 시작으로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샤갈, 라벨, 프루스트를 거쳐 헤밍웨이, 샤넬, 만 레이, 르코르뷔지에, 콜 포터에 이르기까지. 온갖 예술가들의 파리 생활과 이들간 교류,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1권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는 프랑스의 패전, 이어진 민중봉기 ‘파리 코뮌’의 실패 이후 상흔으로 가득한 세기말 파리가 배경으로 모네, 르누아르, 드뷔시 등을 조명한다. 세 권 중 가장 두꺼운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은 1900년 열아홉 청년 피카소가 스페인을 떠나 파리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몽마르트를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하던 젊은 보헤미안 무리에 합류한 피카소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해가던 그 때 샤갈, 스트라빈스키, 콕토 같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속속 파리로 모여든다. 시리즈의 마지막인 ‘파리는 언제나 축제’는 1918년 1차세계대전 종전 뒤 찾아온 파리 예술계의 황금기를 조명한다. 재즈가 넘실거리고 샤넬의 옷이 패션계에 혁신을 불러 왔던 파리와 그 파리로 건너온 헤밍웨이, 만 레이, 콜 포터, 제임스 조이스를 만날 수 있다.


 ‘예술가들의 파리’ 1권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ㆍ2권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ㆍ3권 파리는 언제나 축제 

 메리 매콜리프 지음ㆍ최애리 옮김 

 현암사 발행ㆍ1권 592쪽, 2권, 640쪽, 3권 484쪽ㆍ1, 2권 2만6,000원, 3권 2만3,000원 

저자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예술이 폭발하던 이 시기를 한 해, 한 해 따라간다. 예술가들이 이룩해낸 빛나는 성과, 그 이면을 함께 다룬다. 예술가와 주변인이 남긴 일기와 편지, 회고록 등을 활용하는 한편, 그 때의 시대상을 적절히 버무려 독자를 예술가들이 살던 그 현장 속으로 빨려 들게 만든다. 19세기 말~20세기 초 파리가 왜 세계 문화의 중심지였는지 궁금하다면 한번쯤 정독해 볼 만한 책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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