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향해 “분명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윗선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30일 “검찰은 그 어떤 기관보다 더 신중하고 절제력 있게 (검찰권을) 남용함이 없이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포토라인에서 “지난해 11월 검찰총장 지시로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 8개월이나 덮어뒀던 사건을 중앙지검으로 이첩할 때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갖고 기획됐다고 확신한다”고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 전 실장은 “아무리 그 기획이 그럴듯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제가 울산 지방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증할 수 있습니까” “입증 못하면 그때 누군가는 반성하고 또 책임도 지는 겁니까”라고 반문하며 “검찰이 좀 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을 향해 “‘내가 제일 세다, 최고다, 누구든 영장 치고 기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발 그러지 마시고… 왜 오늘날 손에서 물 빠져 나가듯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사라지는지 아프게 돌아보라”고 성토했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이 과거에도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무죄를 받기까지 3년 가까이 말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면서 “검찰 업무는 특성상 한 사람 인생과 가족을 뿌리째 뒤흔드는 일”이라고도 했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이 2018년 6ㆍ13 지방선거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71)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송 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하는 것을 면목 없어 해 비서실장이 요청한다’는 취지의 메모를 확보했다고 전해졌다. 임 전 실장이 송 전 부시장을 만나 송 시장의 시장 출마를 권했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은 이후 송 시장 당선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도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이던 임동호 전 최고위원과 심규명 변호사가 예비후보로 나섰지만, 민주당은 경선도 없이 송 시장을 단수 공천했다. 이 과정에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친분이 있던 임 전 최고위원에게 출마를 포기시킬 목적으로 공기업 사장과 해외 공사 등 공직을 제안하며 후보자 매수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임 전 최고위원은 검찰 조사에서 “2017년 7월 초 임 전 실장과 한 전 수석 등이 참석한 술자리에서 일본 오사카 총영사 등 자리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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