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입법부인 유럽의회가 29일(현지시간)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를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영국은 예정대로 오는 31일 EU를 떠난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전환기를 올해 12월 말까지 운영하며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 등을 진행한다.
APㆍ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유럽의회 의원들은 찬성 621표, 반대 49표, 기권 13표의 압도적 지지로 영국의 EU 탈퇴협정을 비준했다. 오는 31일 현지시간 오후 11시(한국시간 2월1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영국은 EU 회원국에서 빠지게 된다. 영국에 할당된 유럽의회 의석 73석 중 27석은 다른 EU 회원국 출신 의원들이 충당하고 나머지는 공석으로 남는다. 앞서 영국 의회에서는 EU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법안을 최종 통과시켜 23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승인을 받았다.
이날 표결을 마친 뒤 의원들은 한국에는 ‘작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영국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을 부르며 브렉시트를 기념했다. 토론에서 몇몇 발언자들은 눈물을 쏟기도 했고 표결 이후 의원들은 서로 안거나 악수를 하며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영국은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합류했다. 영국이 47년 만에 EU를 떠나면서, EU 역사에서도 첫 탈퇴 사례로 남았다. 영국 측 유럽의회 의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표결 이후 영국 노동당 소속 주드 키어턴-달링 의원은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이라며 눈물을 참으려 애를 쓴 반면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나이절 패라지 의원 등은 영국 국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쳤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브렉시트 전환기 안에 당장 변화는 없다. 영국과 EU는 무역협정 등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에 들어가는데 워낙 많은 분야에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에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고 전환기 연장도 무산되면 2021년 1월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를 하게 될 수 있다. 아무런 협상 없이 EU와 영국이 갈라서는 경우 양측 모두 관세 문제 등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날 유럽의회 표결에 앞서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EU)는 항상 여러분(영국)을 사랑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무역협상과 관련해서는 “우리 기업들을 불공정한 경쟁에 노출시키지 않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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