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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창업주 안철수, 대리인 손학규

입력
2020.01.30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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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전날인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전 의원의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오른쪽 사진) 오대근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전날인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전 의원의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오른쪽 사진) 오대근기자

“개인 회사 오너가 최고경영자(CEO)에게 해고 통보를 하듯 저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8일 당 창업주인 안철수 전 의원의 퇴진 요구를 받고 나서 불쾌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쫓겨나는 CEO꼴은 될 수 없다는 노(老)정객의 결기가 묻어난다. 이후 상황은 알려진 대로다. 손 대표의 퇴진 거부에 안 전 의원은 이튿날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 바른미래당은 2018년 2월 13일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와 유승민이 각각 이끌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중도개혁주의를 기치로 합친 당이다. 하지만 같은 해 치러진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유승민 의원이 대표에서 물러났고, 서울시장 후보였던 안 전 의원도 독일로 유학을 떠나면서 오너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이때 빈자리를 손 대표가 채웠다. 노정객은 풍부한 정치 경험으로 다당제 연합정치의 기틀이 될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개혁을 이끌었지만 제3지대 입지를 넓히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유승민계가 새로운보수당으로 떨어져 나갔다.

□ 안 전 의원마저 당을 떠나자 생각난 게 정보경제학에서 다루는 ‘주인-대리인 문제’다. 줄여서 ‘대리인 문제’ 또는 ‘대리인 딜레마’로도 불린다. 개인이나 집단이 의사결정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때 대리인 문제는 발생한다. 정보 비대칭 때문이다. 대리인은 자신만의 이해관계를 갖기 마련이지만, 주인은 정보가 부족해 대리인을 완벽하게 감시하기 어렵다. 역선택의 문제, 도덕적 해이, 무임승차자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다.

□ 주인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대리인의 행동을 막으려면 평소 대리인의 노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적절히 보상해야 한다는 게 정보경제학의 처방이다. 전문경영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스톡옵션제가 여기서 고안됐다. 그러고 보니 손 대표가 1년4개월간 당권을 잡는 동안 주요 고비 때마다 침묵하며 철저히 방임했던 안 전 의원의 처신이 떠오른다. 그러고선 귀국한 지 얼마 안 돼 자리부터 내놓으라고 하니 손 대표로선 적절한 보상 없이 쫓겨난다는 생각이 들었을 법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리인이 주인을 내쫓는 주객전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소속 의원 대부분이 등을 돌렸는데 200억원 가까운 당사와 국고보조금을 발판 삼아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생각은 노욕이라는 게 중론이다. 주인과 대리인 모두 책임을 피할 방법이 없다.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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