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증언, 탄핵 심판 뇌관 등장에 '분노의 트윗' … 백악관은 볼턴 저서 출간 원천봉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상원 탄해 심판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한 ‘분노의 트윗’에서 “그의 조언을 들었다면 제6차 세계대전이 났을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상원 탄핵 심리에서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는 볼턴 전 보좌관의 증언 채택을 두고 정치적 공방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그의 신뢰성을 깎아 내리기 위해 맹폭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대북 문제 등 대외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갈라섰던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무대에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실명을 거론하진 않은 채 "수년 전 유엔 대사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그 이후 어떤 자리에도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라는 말로 볼턴 전 보좌관 때리기에 나섰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볼턴을 유엔 주재 미 대사로 지명했을 당시 민주당의 반대와 일부 공화당 의원의 반발로 상원 인준이 어려워지자 휴회 기간을 틈타 임명을 강행한 일을 일컬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상원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를 구걸했고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했음에도 불구, 나는 그에게 자리를 줬다"며 “그 자리를 얻은 뒤 TV에서 잘못하여 '리비아 모델'을 말하고 더 많은 판단 착오를 했다. 그리고 해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내가 그의 말을 들었더라면 우리는 지금쯤 제6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볼턴 전 보좌관이 "나가자마자 곧바로 형편없고 사실이 아닌 책을 쓰고 있다. 모두 기밀의 국가 안보이다. 누가 이런 짓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 착오 사례로 언급한 ‘리비아 모델’은 볼턴 전 보좌관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거론한 것으로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볼턴 경질 때도 이를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비판한 바 있다. 반면 볼턴 전 보좌관은 경질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며 각을 세워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트윗에서는 "왜 존 볼턴은 오래 전, 그가 공개적으로 잘렸을 때 이 '허튼소리'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지 않았는가"라며 "그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허튼 소리’는 볼턴 전 보좌관이 조만간 펴낼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연계했다고 저술한 내용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동안 전혀 문제 삼지 않다가 뒤늦게 앙심을 품고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윗에서 "공화당은 기억하라. 민주당은 이미 17명의 증인을 채택한 바 있다. 우리는 한 명도 못 확보했다. 증인은 하원에 달린 문제이지 상원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 여러분에게 장난치지 못하도록 하라!"며 증인 채택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거듭 피력하며 집안 단속에 나섰다.
한편 백악관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출간 봉쇄에도 나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볼턴의 신간 원고에 대한 예비 검토 결과, 상당한 양의 기밀 정보가 포함돼 현재 상태 그대로는 출판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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