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추진 과열경쟁 우려…벌써부터 규모 확대 움직임도
경북 동해안의 울진군과 영덕군, 포항시가 해상케이블카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3개 시ㆍ군은 경제성을 충분히 검토했다고 하지만, 인접한 지역 간 동시다발로 추진하면서 과열 경쟁도 우려되고 있다.
울진군은 지난해 12월 말 왕피천 케이블카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왕피천 케이블카는 울진군 근남면 엑스포공원과 망양정 해맞이광장까지 총 길이 715m, 최대 높이 55m로 들어섰다. 케이블카를 타며 한쪽은 동해, 다른 한쪽은 왕피천과 울진 시가지를 감상할 수 있다.
울진군은 왕피천 케이블카 건설에 군비 152억원을 투입했다. 오는 4월 개장을 목표로 운영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지난달에는 ㈜울진케이블카와 매년 3억원씩 5년간 15억원을 받고 임대하는 조건으로 위ㆍ수탁 협약도 체결했다.
영덕군은 강구면 삼사해상공원과 해파랑공원 사이 총 길이 1.5㎞ 구간을 왕복하는 해상 케이블카 사업을 계획했다. 울진군과 달리 직접 투자하지 않고 100% 민간자본을 유치해 진행한다. 투자에 나선 ㈜영덕해상케이블카와 다음달 중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영덕해상케이블카는 태양광발전 사업을 해온 업체가 만든 회사로 알려졌다. 케이블카 설치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305억원으로 예상된다.
포항시는 영일대해수욕장을 끼고 북구 항구동 포항여객선터미널과 환여동 환호공원을 잇는 총 길이 1.8㎞ 구간에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인 GS건설 등이 투자해 5월 착공할 계획이다. 공사비는 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3개 시ㆍ군은 해상케이블카로 관광객이 늘고 일대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진군은 연간 3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고, 포항시는 1,006억원의 생산ㆍ부가가치 유발효과와 1,4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예측했다.
하지만 인접 지역끼리 비슷한 시기에 해상케이블카를 추진해 이용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해상케이블카로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경남 통영은 2년 새 탑승객 수가 50만명 이상 급감했고, 전남 여수도 1년 새 20만명 가량 줄어드는 등 감소 추세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의 한 상인은 “울진과 영덕, 포항은 축제도 거의 같고 특산품이나 관광자원도 비슷하다”며 “케이블카가 들어선다고 하니 좋긴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생겨 출혈경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과열 경쟁도 우려되고 있다. 포항 해상케이블카는 울진과 영덕지역 케이블카 추진소식을 접한 후 건설규모를 확대하기로 하고 행정절차를 다시 밟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민간업체가 시장조사를 다 끝내고 투자에 나선 상황이라 경제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강구항은 한 해 방문객이 700만명에 달하는 명소여서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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