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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항공택시의 주택시장 공습

입력
2020.01.31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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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는 한국일보 중견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CES 2020 개막 하루 전인 지난 6일(현지시간) ‘현대차 미디어 행사’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도심 항공 모빌리티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CES 2020 개막 하루 전인 지난 6일(현지시간) ‘현대차 미디어 행사’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도심 항공 모빌리티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공택시’를 타고 도심으로 출근을 하거나 볼일을 보러 가는 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가전 전시회로 출발했지만 이젠 업종 경계가 사라진 CES에서 올해(1월7~10일)는 수직이착륙 방식의 소형 비행체를 앞세운 현대자동차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 계획이 큰 주목을 받았다.

비행체로 도심 환승 거점에 당도해 자율주행 전기차로 갈아타고 목적지로 이동한다는 콘셉트의 이 사업에 현대차는 ‘비행의 민주화’와 함께 ‘해방’이라는 의미까지 부여했다. 지긋지긋한 교통정체는 물론이고 직주(職住) 분리에 따른 제약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제시한 2028년이 오기 전이라도, 우버가 호주에서 시작한다는 ‘에어택시’ 시범 서비스(2023년 예정) 등을 통해 우리는 증기차 발명 이래 또 한 번의 교통 대변혁을 목도할 성싶다.

물리적 거리를 무화(無化)하는 기술적 진보는 통신 부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5세대(5G) 통신은 현 주류 통신 방식(4G LTE)에 비해 정보 전달 속도가 20배나 빨라 사물인터넷(IoT), 원격의료,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서비스를 활짝 꽃피울 것으로 기대된다. 커뮤니케이션의 속도와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교통 혁신의 주요 기반인 자율주행 역시 통신의 발전 덕에 존립 가능하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은 주행 중 위험감지(예컨대 보행자 출현)와 반응(급제동)의 시차를 최소화해야 가능한데, 이는 자동차와 정보분석장치(서버)의 교신 속도가 향상돼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중대한 기술적 발전이 그랬듯이, 교통과 통신의 거침없는 진화는 우리 사회를 전반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특히 사람 간 교류와 거래가 밀도 높게 이뤄지는 대도시의 공간과 기능이 크게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방향은 대도시가 누려온 지리적ㆍ경제적 위상이 쇠퇴하는 쪽이 될 공산이 크다.

주택 가격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적 집값 급등 현상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지난 18일자 특집기사에서 완화적 주택 대출, 구조적 공급 부족과 함께 교통 발달 지체를 집값을 끌어올린 3대 요인으로 지목했다. 20세기 중반까지 운송수단 진화와 도로망 확충은 생활의 반경을 넓히며 주택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후 경제 규모에 걸맞은 교통 인프라 확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동이 불편해졌다. 결국 대도시 거주의 이점이 갈수록 커져 한정된 부동산을 서로 차지하려는 과잉수요 양상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뒤집어보면, 자율주행차나 항공택시 등이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거리 이동이 더는 번거롭지 않은 일이 되거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대면 소통의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 경우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사려 아등바등할 이유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해볼 법하다. 더구나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ㆍ고령화 물결에 직면해 있다. 1, 2인 가구 증가 추세에 비춰 주택 수요가 줄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인구 변화가 지금의 주택시장 구조를 뒤흔들 격랑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집값 안정이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이고 사회 통합에도 기여할 거란 기대가 적지 않지만, 주택시장을 둘러싼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주택 정책이 ‘서울 집값 잡기’ 일변으로 흘러선 곤란할 것이다. 더구나 집값 추이는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대규모 가계부채와도 긴밀히 맞물려 있다. 보다 균형 잡힌 대계 아래 주택 정책이 집행될 필요가 있다.

이훈성 산업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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