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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석달 앞인데”… 학교 내 모의선거ㆍ선거운동 지침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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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석달 앞인데”… 학교 내 모의선거ㆍ선거운동 지침 시끌

입력
2020.01.30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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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2일 국회 앞에서 열린 ‘고3까지 정치판 끌어들이는 만 18세 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개정 공직선거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뉴스1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2일 국회 앞에서 열린 ‘고3까지 정치판 끌어들이는 만 18세 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개정 공직선거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석 달여 앞두고, 학생들이 직접 지역구 후보자의 공약을 분석하고 투표까지 해보는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를 둘러싼 교육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이 정치 참여, 즉 선거라는 점에서 모의선거와 같은 실습형 선거교육은 필수적이라는 의견과 인헌고 사태처럼 결국 교실이 정치판이 될 것이란 반대 목소리가 팽팽히 맞선다. 더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교내 선거운동 관련 지침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져 4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혼란이 커지고 있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권을 갖는 고3 학생은 전국 약 14만명으로 추산된다. 교육당국은 고3 유권자의 등장으로 선거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최근 공동추진단을 구성해 선거교육을 위한 상시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청소년의 정치교육 경험은 상당히 빈약한 실정이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18세 선거권 제도화에 따른 학교의 준비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절반 가까이인 45.9%(2017년 기준)가 ‘정치 토론 수업을 경험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한국 청소년은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정치ㆍ사회 이슈에 대한 논의와 토론을 학교에서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선거교육 중에서도 모의선거다. 당장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3, 4월 중 관내 학교에서 시행하려 했던 모의선거,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은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위반 우려를 제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유권자가 선거 전 후보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하는 행위가 여론조사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모의선거 과정에서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제기한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책 선거를 위해 공약을 분석할 때도 교사가 설명을 하거나 해석을 해주다 보면 후보자에 대한 개인의 선호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교사가 정치적 편향성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면 선거교육은 자칫 교사의 선거운동이 돼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상 교사는 학교 내 또는 수업 과정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ㆍ불리한 발언이나 행위를 할 수 없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수업 과정에서 인헌고 사태와 같은 교사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며 “지금 하고 있는 교육과정상의 선거교육을 더 충실히 하거나 모의선거를 하겠다면 선거를 앞두지 않은 기간에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모의선거는 선거교육의 핵심으로, 오히려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권재호 서울 선사고 교장은 “학생들이 과학 시간에 이론을 배우고 실험을 하듯이 이론만 가지고는 교육과정을 완벽히 소화하기 힘들다”며 “선거교육의 실습 차원으로 모의선거를 바라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진곤 시흥YMCA 사무총장도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 핀란드, 스웨덴, 미국, 일본,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국가기관 주도로 각종 선거 직전 모의투표 운동을 진행한다”며 “한국도 모의투표를 법제화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사회 현상을 토론하고 합의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후 이 같은 선거교육 외에도 학교 내에서의 선거운동을 놓고서도 잡음이 예상된다. 28일 선관위의 교육 현장 선거운동 운용 기준에 따르면 현행 선거법상 학교 운동장에서 (예비)후보자가 명함을 배부하거나 연설을 하는 행위가 허용되는 등 학교에서의 선거운동이 상당 부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후보자들의 과도한 선거운동이 교원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학교 내 선거운동을 적절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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