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된서리 맞은 대림동… 中동포 일자리 뚝, 개학날 4분의 1 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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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된서리 맞은 대림동… 中동포 일자리 뚝, 개학날 4분의 1 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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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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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소개소 “요즘은 중국 출신 일자리 주선 안 해” 

 한국인 학부모들은 “감염 우려… 등교 안 시킬 것” 

지난 28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이 한산하다. 김영훈 기자

‘한국 속 중국’으로 불리는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된서리를 맞고 있다. 특유의 활기는 사라졌고 색안경을 쓰고 쏟아내는 시선을 의식한 듯 거리에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은 곳인데도 중국인을 향한 반감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인력시장에서는 인건비가 저렴해 먼저 데려가던 중국동포 노동자가 되레 기피 1순위가 됐다. 우한 폐렴 공포가 국내에 급속히 퍼진 요 며칠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29일 오전 7시쯤 대림중앙시장에서 한 중년 중국동포 여성이 식당 앞에 붙은 구인공고문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다가서자 잠시 머뭇거리던 여성은 “너무 힘들다”는 말만 되뇌었다. 최근 대림동 일대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중국 출신이란 이유로 전부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길림성에서 한국으로 온 지 3년이 넘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어제는 일산에 있는 대파농장까지 찾아갔지만 일자리를 못 구했다”고 말했다.

29일 개학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동초등학교에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비슷한 시간 인근 직업소개소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중국동포 남성 2명이 착잡한 표정을 짓다 자리를 떴다. 대림동에서 30년 넘게 직업소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남궁순화(73)씨는 “우한 폐렴 사태 전까지는 하루 40~50명의 동포에게 일자리를 소개했지만 요즘은 중국 출신들은 아예 일자리를 주선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에도 계속 중국동포들이 찾아왔지만 줄줄이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중국 식당과 노점이 몰려 있는 시장 거리는 적막감에 휩싸였다. 예년이라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영향으로 중국인과 한국인들로 시장이 북적거렸겠지만 이날은 마스크를 쓴 몇몇만 눈에 띄었다. 곳곳의 식당들이 텅 비었고 노점에 진열된 길거리 음식에는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반찬가게를 하는 남모씨는 “근래 들어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직업소개소에 붙어 있는 구인공고. 김영훈 기자

대림동의 대동초등학교는 이날 개학을 했다. 하지만 첫 등굣길에 나선 아이들과 학부모들 얼굴에서 개학에 대한 기대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 4분의 1 가량은 아예 오지 않았다. 이 학교는 한국 초등학교지만 학생의 70%는 중국인 자녀다. 개학 전 한국 학부모로부터 “감염이 우려된다”는 문의가 빗발치자 학교 측이 학생 부모나 친척 중 누구라도 최근 중국에 다녀왔다면 2주간 등교하지 못하게 했다. 우한 방문에만 등교 중지를 하게 한 교육부 지침보다 강화한 조치다.

그래도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선 불안하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대동초 교사는 “개학 전부터 한국 학부모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한 반에서 평균 3, 4명의 학부모가 교실에 아이를 두는 게 불안하다며 등교시키지 않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전했다.

대림동에 사는 중국동포들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안다. 중국 흑룡강 출신으로 대동초에 자녀를 보내는 한 동포는 “우리 가족은 몇 년간 중국을 간 적이 없는데도 신종 코로나를 옮길 것 같다며 경계하는 모습에 위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편견을 갖고 보지만 여기 사람들도 한국 사람과 똑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림동의 중국동포들은 한국인의 따가운 시선보다 중국에 있는 가족 걱정이 더 커 보였다. 모이기만 하면 ‘중국에 보낼 마스크를 몇 개 샀는지’ ‘얼마에 구입했는지’ ‘배송비는 얼마였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를 했다. 훈춘에서 온 박순씨는 “다행히 약국에서 마스크 220개를 25만원에 구입했다”며 “우한에서 훈춘까지 거리가 상당하지만 안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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