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 후 중개수수료가 오를 거란 우려가 계속 나오는 것과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개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벤처투자 및 2018년 엔젤투자 실적’ 브리핑 후 기자들을 만나 “중기부가 물밑에서 중개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국내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1위인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해 말 독일 회사 딜리버리히어로에 약 5조원에 인수됐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요기요와 배달통까지 국내 배달 앱 1~3위 업체를 모두 거느리게 됐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90%를 훌쩍 넘는다.
독점 논란이 불거졌고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중개수수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준비 중이다
박 장관은 “배달의민족에서는 공식적으로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있다”며 “중기부가 이런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 중기부가 소상공인이나 외식업중앙회, 배달의민족 의견을 계속 중간에서 조율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상공인의 권익 보호도 중요하지만 벤처ㆍ스타트업 생태계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뜻도 내비쳤다.
박 장관은 “배달의민족이 우리 주식시장에 상장했다면 전문가들은 2조원 정도의 가치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엑시트(투자 후 출구전략)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의 흐름도 있기 때문에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시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중기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해 벤처투자 규모는 4조2,777억원으로 전년(3조4,249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벤처투자가 4조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국내 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도 0.22%로 미국(0.40%), 이스라엘(0.38%), 중국(0.27%)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재작년 엔젤투자 규모도 5,538억원으로 벤처붐이 한창이던 2000년(5,493억원)보다 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젤투자란 벤처펀드 외에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또 다른 벤처투자 방법을 말하며 소득공제 신고 시 투자확인서 발급을 통해 규모가 파악되기 때문에 2018년 수치가 최신 자료다.
중기부는 이 같은 벤처투자 증가 흐름에 대해 ‘제2벤처붐’이 불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해 벤처투자액 중 민간 비중이 35%를 차지했는데 이는 민간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해 벤처붐을 이끌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 중기부는 벤처투자를 더 촉진하기 위해 올해 역대 최대인 1조9,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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