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의심신고가 잇따르면서 지역사회에 공포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29일 대전시와 세종시에 따르면 최근 중국 우한시 등을 방문한 뒤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으로 대전 4명, 세종 3명이 자진으로 의심신고를 했다.
대전의 경우 우한시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3명에 대해 검사한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나머지 1명은 잠복기(14일) 동안 모니터링하고 있다.
중동에 다녀온 뒤 27일 발열 증상으로 충남대병원 음압병실에 있던 20대 남성도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 해제됐다.
세종시에서도 28일 우한시를 방문한 20대와 30대 남성 2명이 폐렴 증세를 보여 의심신고를 했지만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날 오후 늦게 1명이 추가 의심신고 됐지만 29일 오전 마찬가지로 음성 판정됐다.
충남에는 4명이 국내 첫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하는 등 총 14명이 우한 폐렴과 역학관계에 있었지만 다행히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처럼 충청권에 아직까지 확진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의심신고가 속출하면서 지역사회에선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채 우한 폐렴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전시는 우한 폐렴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대형 행사 추진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대전방문의 해 2년차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려던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5개 자치구와 기관에도 행사 취소를 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의 5개 자치구도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중구는 다음달 초까지 예정된 10개 발대식을, 대덕구는 참석자 200여명 규모의 노인일자리 발대식을 취소했다. 서구도 대보름 행사 취소를 검토 중이고, 중구와 동구, 유성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8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업무를 잠정 중단한다.
배재대는 올해 1학기 중국 교환학생을 전면 취소하고, 증상 의심자의 입국 자제ㆍ연기, 공항 출원 시 중국 학생 별도 차량 운행 및 자체 검진, 증상 의심자 추가 검진과 공결 인정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충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남도는 지난 26일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3,000명) 일정을 전면 취소한 데 이어 중국과의 상호교류협력사업도 무기한 연기키로 했다. 천안시는 우한 폐렴이 계속 확산할 경우 다음달 28일 열리는 아우내봉화제도 취소할 방침이다.
문화예술계도 우한 폐렴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다. 28일 두 차례 공연될 예정이던 어린이 뮤지컬이 취소됐다. 단체 관람할 예정이던 유치원생(440명)이 모두 우한 폐렴 우려에 예매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공연장과 미술관 등은 마스크 배부 등 우한 폐렴 대책을 서둘러 마련했다.
이응노미술관은 29일부터 마스크 1,000개를 확보해 관람객에게 배부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대전예술의전당은 마침 무대 점검 기간과 맞물려 시설 전체를 소독하고, 공연장에는 손 소독제를 갖추기로 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의 내용을 담은 안내문도 부착한다.
대전 중구에 있는 아신소극장도 관객들을 위해 공연장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두기로 했다.
경제계도 중국 출장을 금지하는 등 우한 폐렴 예방에 초강수를 두고 있다.
충북 청주에 공장을 둔 LG화학은 29일부터 중국 전역에 대한 출장을 전면 금지했다. 다만 불가피할 경우 임원 승인 등 출장 절차를 강화키로 했다. 중국에 출장을 간 직원들은 조속한 국내 복귀를 추진한다.
마찬가지로 청주에 공장이 있는 SK하이닉스는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출장 금지와 함께 의심 증상 시 질병관리본부와 회사 측에 반드시 신고토록 했다.
대전지역 한 기업인은 “사회 모든 분야에 이미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타격이 시작됐다”며 “메르스처럼 사태가 장기화하면 소비 위축 등으로 큰 피해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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