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폐렴’으로 북한도 초비상이 걸린 듯하다. 북한 당국은 28일 국가비상방역체계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우한 폐렴’ 감염 방지를 국가 존망과 관련된 정치문제로 대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감염병을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대외 교역과 관광수입의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감염병 창궐은 북한에는 그야말로 재앙에 가깝다. 특히 북한은 연초부터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감염병 확산이 장기화되면 당장의 외화수입에도 영향을 주고, 전반적으로 경제를 위축시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정운영에도 적지 않은 차질을 빚게 만들 수도 있다.
북한은 지금 최근 개장한 양덕온천문화휴양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설연휴 이틀째인 1월 26일 노동신문은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 가면 떠나고 싶지 않은 곳 -인민의 웃음소리 날마다 커가는 양덕온천문화휴양지를 찾아”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행문을 싣기도 했다. “당이 인민들에게 안겨 준 사랑의 선물이며 사회주의 문명이 꽃 펴나는 대중봉사 기지”라며 휴양지를 널리 알렸다. 이 휴양지에는 실내외 온천장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여관, 주택, 치료 및 요양 구역, 편의 시설, 승마공원, 스키장 등을 갖춘 럭셔리한 종합리조트 시설이다. 북한의 최근 행보는 국가적 차원의 내수 관광 붐을 일으키려는 홍보전략이다. 물론 해외 관광객들을 향한 홍보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 양덕온천관광지구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삼지연군과 함께 김 위원장이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다. 북한은 양덕 외에도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에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완성을 앞두고 있다. 올 한 해 그야말로 관광 부흥을 통한 경제건설에 총력을 쏟겠다는 신호탄이다. 전염병 확산은 이 같은 관광대국화 구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북중 접경지역이자 양국의 최대교역 거점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도 확진자가 5명이나 나왔다고 한다. 북중 간 인적 왕래가 차단되면 물류와 교역의 축소로 이어진다. 북한 주민들의 시장활동의 위축도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외교관과 국제기구 관계자들도 모두 한 달간 격리된다고 한다.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발이 묶이게 되면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도 크게 줄어들 게 뻔하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나아가 감염병을 초기에 잡지 못할 경우 국가 존립을 흔들 수도 있다. 북한은 과거 사스, 에볼라, 메르스, 돼지열병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나름대로 보건의료체계를 정비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결핵, 장티푸스, 독감 등 다른 나라에서는 자취를 많이 감춘 질병으로 여전히 매년 상당수 주민들이 숨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감염병 확산은 그야말로 악몽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장기간 대북제재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의약품도 턱없이 부족한 터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국경을 봉쇄하고, 세관을 폐쇄하는 등 극약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번 사태로 김정은 정권의 위기대응능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고 볼 수도 있다.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중국 시진핑 주석의 지도력이 타격을 받고 있듯이 김 위원장의 권위도 직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점을 인식한 탓인지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연말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를 채택하면서 제3항에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인 위기관리체계 수립을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김정은 정권에는 어쩌면 미국으로부터 오는 위협보다 불시에, 그것도 수시로 찾아오는 자연재해나 감염병 확산이 더 큰 체제안보위협이 될 수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