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2곳 수용 보도 나오자 지역민 강력 반발
정부 “공무원 교육시설 활용 검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데려올 교민 700여명의 국내 보호ㆍ격리 장소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임시 생활보호 시설로 충남 천안이 검토됐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지역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과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우한 지역 교민과 유학생 송환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언론에 알려진 정부 합동 브리핑 발표문에는 천안 동남구 유량동 우정공무원교육원과 목천읍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2곳이 임시 보호생활 시설로 지정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반 시설이 아닌 공공 시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 브리핑에서는 “임시 생활 보호 시설은 관계부처 회의 거쳐 공무원 교육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일반 국민이 불안해할 수 있는 만큼 지역 주민과 격리된 시설이어야 하고 평소 시설 사용자가 감안해야 하는데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공무원 교육시설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천안 등 특정 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 검토를 하고 있지만, 아직 (지역을) 특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조심스러운 반응은 천안의 시설 2곳이 수용지로 지정됐다는 언론 보도로 지역민과 지역 정치권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천안 지역 검토 사실이 보도된 후 지역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밝혔고, 지역 주민들은 이를 취소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우한 교민들의 귀국 일정(30, 31일)이 얼마 남지 않아 격리 장소를 찾아야 하는 정부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교민 수용시설은 기본적으로 혐오시설이 아니다”며 “개별적 자가조치에 맡기기보다 정부가 책임을 가지고 일정한 생활시설에 머물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항과의 이동 거리, 수용 규모 등을 고려해 조만간 격리시설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임시생활시설(격리시설)은 독립된 건물이면서 인근에 감염병 대응이 준비된 병원도 있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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