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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이어 알펜루트도 환매 중단… 사모펀드 뒤덮는 ‘죄수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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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이어 알펜루트도 환매 중단… 사모펀드 뒤덮는 ‘죄수의 딜레마’

입력
2020.01.28 20:30
수정
2020.01.28 21: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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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발 연쇄 유동성 위기 고조

알펜루트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알펜루트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중견 헤지펀드 운용사인 알펜루트자산운용(이하 알펜루트)이 1,1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투자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게 됐다. 1조6,000억원 넘는 고객 돈이 묶인(환매중단)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위축된 증권사들이 알펜루트 펀드에 빌려준 돈까지 일제히 회수하겠다고 나선 영향이다.

‘라임 사태’로 겁먹은 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자신의 피해를 줄이고자 자금 회수에 나서고, 그 결과 멀쩡한 펀드 운용까지 어려워져 모두가 피해를 보는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가 사모펀드 업계 전반을 뒤덮는 형국이다.

◇최대 1,817억원 환매중단 가능

28일 알펜루트는 이날 환매 일정이 도래한 알펜루트 에이트리 제1호 펀드와 추가로 환매 신청이 접수된 2개 펀드(비트리 제1호, 공모주 제2호) 등 총 1,108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알펜루트에 따르면 오는 2월 말까지 환매 연기가 가능한 펀드는 총 26개(에이트리 등 3개 펀드 포함)로 최악의 경우 환매 중단 금액은 1,817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펀드 26개의 총 설정액 2,300억원 중 회사 고유 자금(임직원 출자금 포함) 447억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번 환매중단은 알펜루트 펀드에 돈을 빌려준 대형 증권사들이 대출을 갑자기 거둬들이면서 촉발됐다. 알펜루트와 이른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던 증권사들은 최근 라임 사태 이후 위험관리에 나서면서 저마다 대출 전량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했다.

보통 증권사들은 TRS 계약으로 수수료를 챙기고 운용사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초과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그런데 증권사가 갑자기 TRS 자금을 회수하면 운용사는 이를 돌려주기 위해 우량자산을 처분해야 해 유동성 위기와 수익률 악화가 불가피해진다.

◇TRS발 사모펀드 ‘펀드런’ 오나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은 알펜루트에 최근 총 460억원 규모의 TRS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리스크 대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알펜루트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곧 나올 라임 펀드 실사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리스크를 극도로 회피하려는 것 같다”며 “환매신청 철회 협상에 전혀 여지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라임 사태의 불똥이 다른 자산운용사와 펀드들로 튀면서 유사한 구조의 사모펀드 전반에 연쇄 위기가 올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는 물론 개인투자자까지 펀드 환매를 요청하는 이른바 ‘펀드런(대규모 펀드 환매)’이 일어나면 투자자들의 피해규모는 기하급수로 불어나게 된다.

현재 국내 증권사가 20여개 자산운용사와 맺고 있는 TRS 계약 규모는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 사태 이후 증권사마다 TRS 규모를 줄이는 분위기”라며 “증권사 입장에선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지만 멀쩡한 펀드까지 위기에 빠뜨리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TRS 계약을 지닌 6개 증권사와 회의를 갖고 “갑작스러운 TRS 증거금률 인상이나 계약 조기 종료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알펜루트 측은 “우리는 라임 펀드와 사정이 전혀 다르다”며 “환매가 연기된 주요 펀드 대부분은 우량한 투자처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수익률도 곧 안정화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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