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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방문 숨긴 환자, 알고도 신고 안 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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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방문 숨긴 환자, 알고도 신고 안 한 의사

입력
2020.01.29 04:40
수정
2020.01.29 07:4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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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 검역 허술ㆍ뒷북 대응] 

 4번 환자 첫 진료 후 귀가, 나흘 후 환자가 밝히자 보건소 신고 

 전세기 투입 뒷북 결정… 이송교민 천안 수용 검토에 주민 반발 

[HK2_4747] [저작권 한국일보]<중국발 '우한 폐렴' 유행 조짐>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유행 조짐에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 회의를 개최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2020-01-23(한국일보)
[HK2_4747] [저작권 한국일보]<중국발 '우한 폐렴' 유행 조짐>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유행 조짐에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 회의를 개최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2020-01-23(한국일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의 국내 유행을 차단하기 위한 민ㆍ관 대응체계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우한에서 돌아와 국내에서 네 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55세 한국인 남성ㆍ이하 4번 환자)가 격리 전 몸살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았지만 해당 의원이 보건당국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아 최소 닷새 동안 무방비 상태로 지역사회에 노출된 것이다. 더불어 정부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뒤늦게 28일 오후 우한 교민 이송을 위한 전세기 투입을 결정하고, 사회ㆍ경제 전반에 걸쳐 신종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심각하게 나타난 이날부터 콜센터 인력을 충원하고 우한 입국자(3,023명) 전수조사에 들어가는 등 ‘뒷북 대응’에 나섰다. 우리 사회는 38명이 숨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방역의 소중함을 교훈으로 얻었지만, 여전히 대형 감염증 앞에 우왕좌왕하며 부실한 시스템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28일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4번 환자는 20일 우한발 직항편을 이용해 귀국, 경기 평택시 자택으로 이동했다. 다음날인 21일 콧물 등 몸살증상이 나타나 의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감기로 판단돼 귀가 조치됐다. 이후 자택에 머물다 25일 발열 등 근육통을 증상으로 해당 의원을 다시 찾고서야 보건소에 신종 코로나 환자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신고됐다. 이때부터 하루 동안 보건소가 전화로 상태를 관찰하는 능동감시를 받았고 26일 근육통이 악화돼 보건소가 선별 진료한 결과, 폐렴 진단을 받고 그제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됐다.

문제는 21일 이뤄진 첫 번째 진료과정에서 의원이 해당 환자가 우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모든 의료기관에 설치된 전산시스템(DUR)을 통해 우한시 방문자 명단을 공유하고 있다. 의사는 “우한을 다녀왔느냐”고 물었으나 4번 환자는 당시 “그냥 중국을 다녀왔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는 시스템상 환자 정보를 확인했음에도 되묻지 않았다. 25일 이뤄진 두 번째 진료에서야 환자는 우한을 다녀온 사실을 밝히면서 보건소에 신고됐고, 4번 환자가 검역망에 잡히게 됐다.

보건당국 역시 검역망 허점을 인정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잠복기 무증상자는 공항 검역에서 찾아낼 수 없어 정부는 지역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신속한 보고, 격리가 중요하다고 사태 초기부터 강조해왔다. 그러나 4번 환자 사례의 발생으로 이러한 지역사회 검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질본은 4번 환자가 첫 진료에서 호흡기 증상이나 발열 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히면서도 아무런 보고가 없었던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인정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DUR에 표시됐는데 조치가 안 된 것은 안타깝다”면서 “의료기관의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정부의 대응이 한발씩 늦었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입국 과정에서 발열과 인후통은 있었으나 호흡기 증상이 없어서 공항 검역 당시 격리되지 않았다. 때문에 후베이성 입국자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가운데 한 가지만 있어도 의사환자로 분류해 격리가 가능하도록 한 새로운 환자 분류기준(사례정의)을 내놨지만 28일에야 현장에 적용됐다. 만일 새로운 기준이 앞당겨 적용됐다면 4번 환자 역시 26일보다 하루 빠른 25일(두번째 방문시)에 격리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환자가 중국에서 오신 분이라는 것을 의료기관이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려보냈는데 그런 부분은 뭔가 조금 누락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우한에 발이 묶인 국민을 구조하는 데 있어서도 정부는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서툴렀다. 정부는 우한 유학생과 교민 등 700여명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30, 31일 전세기를 투입하겠다고 28일 밝혔지만 미국과 일본의 전세기는 이미 이날 우한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정부는 이송 교민들의 충남 천안시 정부 관리시설 수용 계획을 지자체와 사전 논의 없이 검토하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이 와중에 27일 경기 의정부시에선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로 격리된 중국 국적 남자 어린이의 이송 동향보고서가 인터넷에 유출돼 혼란을 일으켰다. 이날 부산에서도 개인정보가 담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자 발생 보고’라는 제목의 메시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정보통제를 당국이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등 곳곳에서 삐걱대는 모습이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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