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환자의 의료 영상만 있으면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입체(3D)프린팅으로 맞춤형 보형물을 자동 제작할 수 있는 국제 기술 표준을 국내 연구진이 수립했다. 수작업에 의존하느라 하루 넘게 걸리던 보형물 제작 시간이 3시간 이내로 단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3D프린팅 기술 선도로 국내 관련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28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ETRI 연세대 서울여대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팀의 ‘의료 영상 기반 의료 3D프린팅 모델링’ 관련 국제 표준화 제안 2건이 ‘정보기술 분야 국제표준화 합동기술위원회(ISO/IEC JTC1)’에서 지난달 25일 최종 승인됐다. 승인된 제안은 앞으로 1년가량 전문가 협의를 거쳐 국제 표준으로 통용된다. ETRI는 “전문가 협의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북미영상의학회(RSNA) 등 유력 기관들이 참여할 예정이라 관련 산업계에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마련된 표준안은 의료용 3D프린팅 보형물 제작에 관한 사안이다. 예컨대 두개골 함몰 환자의 머리 모양을 유지하려 이식할 보형물을 3D프린터로 만들 때 어떤 기준과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를 정한 것이다. 특히 표준안에는 손상 부위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AI가 판독해 환자에게 적합한 보형물을 자동 설계하는 기술이 포함됐다. 지금은 의료진이 CT 영상을 보며 수작업으로 보형물을 디자인하지만, 표준안에선 기존 CT 영상 정보를 대량 학습(딥러닝)한 AI가 보다 정교하게 환자의 조직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새 표준안이 적용되면 의료용 보형물 설계가 자동화돼 소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다른 병원 의료 영상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ETRI의 설명이다. 전종홍 책임연구원은 “국내 연구진이 국제 표준 수립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겨냥한 표준 의료장비 개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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