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지훈이 조여정과의 호흡에 대해 언급했다.
이지훈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KBS2 ‘99억의 여자’ 종영 인터뷰에서 극 중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여정에 대한 이야기에 ”인간적으로 너무 잘 대해주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진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음씨가 따뜻하신 분이라는 걸 느껴서 누나에게 너무 감사했었죠. 마지막 촬영 날 누나가 떡을 쏘셨는데, 그날 현장에 없던 저를 위해서 메모장에 ‘지훈이 떡. 꼭 챙겨가’라는 메시지를 써서 챙겨주셨더라고요. 그걸 보는데 너무 뭉클했어요. 주인공이라는 자리가 굉장히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하는데,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주변을 챙기는 누나의 모습을 보면서 저 정도는 돼야 한 작품에서 주인공을 하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이지훈은 ‘99억의 여자’에서 불륜 관계를 그렸던 조여정과 생애 첫 키스신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전 작품에서 상대 배우와 볼 뽀뽀 연기까지는 해 본 적 있지만, 키스신은 처음이었다는 그는 ”땀이 손, 등 할 것 없이 온 몸에서 나서 애를 먹었다“고 입을 열었다.
”키스신 촬영 당시 감독님께서 ‘남성미를 보여줘’라고 디렉션을 주셔서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이렇게 하시면 긴장돼서 못한다’고 말했었어요.(웃음) 미리 여정 누나께 죄송하다고, 부족하지만 한 번에 오케이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 드리고 촬영을 했었죠. 누나는 오히려 제게 ‘불편해 하지 말고 편하게 연기하라’고 해주셨는데, 그런데도 NG가 다섯 번이나 났던 기억이 나네요. 감독님께서 계속 ‘조금 더’라고 요구하셔서 ‘대체 어디까지 해야 돼요’라고 절규했었거든요. 하하. 그런데도 저는 사실 그 장면을 방송으로 안 봤었어요.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이지훈이 극 중 호흡을 맞췄던 조여정은 최근 출연작이었던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영화계 ‘여왕’으로 활약 중이다. 조여정은 지난 해 ‘기생충’으로 칸에 입성해 황금종려상 수상 영예의 순간을 함께한 데 이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 최근에는 미국배우조합상 앙상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영화사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했던 이지훈에게 부담감은 없었을까.
”부담이요? 사실 저는 겁이 별로 없어요. 건방진 게 아니라, 저는 늦게 데뷔를 했고, 사람은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상대방이 톱스타거나 신인이거나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TV를 보지 않는다면 그저 다른 동네에 사는 누나, 형 사이라고 생각해서요. 그런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죠. 다만 최근 김민규라는 배우 친구와 함께 집에서 식사를 하고 만남을 갖다가 ‘기생충’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었어요. ‘우리는 저런 영화를 할 수 있을까’란 대화를 하다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언제부터 저런 걸 생각했나. 그냥 삼시세끼 밥 굶지 않고, 타고 다닐 차 있고, 지낼 집 있으면 된 것’이라는 거였어요. 6년 전만 해도 저는 평생 뚜벅이로 살 거라고 생각하면서 막연한 불안감과 꿈만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살고 있잖아요.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죠. 물론 기회가 온다면 할 용기는 얼마든지 있지만요.“
한편, 이지훈이 출연한 ‘99억의 여자’는 지난 23일 마지막 회 8.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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