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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쇤 서울 부동산 시장 어디로… “다주택자 매물에 답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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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쇤 서울 부동산 시장 어디로… “다주택자 매물에 답있다”

입력
2020.01.29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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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급매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급매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연휴는 전통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으로 불린다. 대체로 봄ㆍ가을 이사철 성수기가 본격화되는 시점인 데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나누는 대화의 주 소재가 ‘부동산’이라는 점도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친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로부터 생생한 시장동향을 전해 듣고 부동산의 매수ㆍ매도 등을 결정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올해도 이런 법칙이 통하는 분위기다. 때마침 설 연휴를 전후해 서울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 상승을 이끌었던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집값이 설 연휴 직전, 약 7개월 만에 동반 하락했다.

이제 관심사는 하락세의 확산과 지속 여부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정부가 내놓은 12ㆍ16 부동산 대책의 여파가 본격화되고 있어 당분간 조정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급매물이 집값 상승을 억제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다만 서울의 9억원 이하 아파트와 수도권 비규제 지역에서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유세 부담 느낀 다주택자 매도 문의 늘어” 

28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59㎡은 지난 9일 21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2일 거래된 23억5,000만원에 비해 1억5,5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8월 21억원에 거래된 후 지난해 하반기 내내 상승세를 보여왔다.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및 아파트 매수 우위지수. 그래픽=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및 아파트 매수 우위지수.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2ㆍ16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매주 0.10%에서 0.03%까지 둔화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투자 수요가 높은 강남3구 집값은 20일 발표 기준으로 7개월여만에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설 이후에도 이런 분위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ㆍ16 대책의 초점이 맞춰진 강남3구를 시작으로 집값 하락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가장 큰 변수는 다주택자들이 내놓을 매물이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이유로 꼽는다. 보유세 강화와 공시지가 상승으로 강남권에 집이 두 채만 있어도 연간 보유세가 수천 만원에 달하는 가구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그간 보유세를 걱정하면서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팔지 않고 버텼던 다주택자들이 최근에 매도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3월 이후에는 자금조달계획서와 소득 증빙자료 등이 강화되면서 집을 팔기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 다주택자들이 매도 타이밍을 앞당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주택시장을 향한 잇단 강경 발언도 다주택자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버텨보겠지만, 청와대에서 ‘집값 원상 회복’, ‘주택거래허가제’까지 언급하며 강남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데 다주택자들도 움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급증한 보유세를 부담하지 않으려면 보유세 과세 기준일 전인 5월 말까지 소유권 이전이 끝나야 한다”며 “3∼4월에 절세 매물이 절정을 이루면서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9억원 이하 주택 등 ‘풍선효과’는 유지 예상 

다만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도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지금 같은 저금리가 계속된다면 대출 규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신규 대출을 막아놨지만 금리가 떨어지면 기존 주택 보유자는 집을 팔지 않고 계속 버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금리 완화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규제 영향이 덜한 9억원 이하 주택시장에서 불고 있는 ‘풍선효과’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중의 유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어선 만큼 자금 유입이 막힌 강남 주택시장 대신 서울 비강남권이나 수도권, 지방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이 절세 목적으로 주택을 매도할 경우 ‘똘똘한 한 채’는 남기고 양도차익이 적은 비강남권과 수도권, 지방 아파트를 먼저 매도할 가능성이 커 이러한 풍선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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