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재정기획관.

최근 청와대가 대통령을 보좌해 국가 예산을 관리하는 ‘재정기획관’ 자리에 조영철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을 임명했습니다. 비서관급인 재정기획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실장 직속으로 신설됐는데, 장기ㆍ거시적 관점에서 국가 재원 배분을 점검하는 역할입니다.

경제학계에서 대표적인 확장재정론자로 꼽히는 조 기획관의 청와대행에, 재정건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청와대가 정권 후반기를 맞아 확장재정 정책을 더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조 기획관의 성향은 정부가 ‘확장재정’이라고 평가했던 지난해와 올해 예산을 두고 “안이한 거시경제 운용”이라고 비판한 데서 잘 드러납니다. 그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기고한 일간지 칼럼(문제는 거시경제 운용이다)에서 “2019년 세수 추계가 정확했다면 지금 심각한 세수 결손을 걱정해야 하지만 세수진도율(계획 대비 징수 비율)이 정상이라는 것은 세수 전망이 심각한 ‘과소추계’ 였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정부가 발간한 ‘정책 브리핑’에 쓴 기고에서는 “2020년 예산 증가율이 2019년보다 낮은데도 단지 총액이 500조원을 돌파했다는 이유로 ‘초슈퍼예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며 “2020년 예산이 현재의 불황을 타개할 충분한 규모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조 기획관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9.8%(올해 예산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8년 기준 109.2%)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안정적인 만큼, 이를 적당히 활용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11월 강병구 인하대 교수(전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와 함께 발표한 ‘확장적 재정의 필요성과 정책 과제’ 논문에서는 “재정정책이 ‘경기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논문에서 “공공투자가 사회적 수익을 실현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이면 국가채무비율은 다시 하락하고, 정부 재정수입도 늘어날 것”이라며 재정건전성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확장재정을 뒷받침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기재부 입장에서 조 기획관의 청와대행은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장은 낮더라도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 국가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재정 실무를 맡아보면 학계의 시각과 현실은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무조건 재정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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