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끼고 수업 듣는 학생들
개학 늦춰달라 시민청원 2,100명 동의
“우한 폐렴 때문에 난리잖아요. 학교 개학 날이라 일단 급한 대로 애한테 마스크만 씌워서 데려오긴 했는데 엄청 불안해요.”
28일 오전 서울 강북구의 영훈초등학교. 이날 개학한 이 학교에선 개학날 특유의 들뜬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첫 등굣길에 나섰다. 학부모들도 불안한지 학교로 들어가는 아이들에게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교실 분위기도 확 가라앉아 있었다. 학생들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고 있었다. 교내 곳곳엔 손 세정제가 새로 마련됐다.
학부모만큼이나 교사들도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연휴 기간 국내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잇따른 뒤 학부모들에게서 ‘개학일을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정작 교육청의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학부모들에게 안내하는 데 적잖이 애를 먹고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 우한 폐렴과 관련한 교육청 지침은 전날 늦은 오후에 학교에 전달됐다고 한다. 중국 우한시에 방문한 학생은 14일간 등교 중지를 시키라는 내용인데, 정작 중국 다른 지역이나 홍콩 등에 방문한 학생에 대해선 어떻게 하란 지침이 없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홍콩에 다녀온 학생이 2명이 있는데 둘 다 발열 증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1명은 학교에 왔고 1명은 집에 있는 상황”이라며 “대책을 알아보려고 질병관리본부에 계속 전화했지만 받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개학을 앞둔 다른 초등학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게시판에는 27일 초등학교 개학을 늦춰달라는 시민청원이 올라와 28일 오전 10시 현재 약 2,1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교육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방학을 연장하는 데 따른 민원도 예상되지만 (감염증 확산의)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오전 실국장회의에서 “우한시에 다녀온 학생과 교직원뿐 아니라 중국에 다녀온 모든 학생과 교직원을 (교육청이)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개학을 연기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본격적인 개학철이 시작하면서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경우 600여곳 가운데 79곳, 중학교는 360여곳 가운데 26곳, 고등학교는 320곳 가운데 8곳이 이미 개학했거나 이날 개학할 예정이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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