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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밀집과 교통의 비용

입력
2020.01.29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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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 검역장에서 검역원들이 중국발 비행기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20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 검역장에서 검역원들이 중국발 비행기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전 세계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침, 재채기, 대화를 할 때 날리는 침방울(비말ㆍ飛沫) 등으로 감염자 1인이 다시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매우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우리 나라 전역의 인구밀도는 1㎢당 513명으로 세계 23위 수준이지만, 서울의 경우 1만6,136명에 달해 단일 도시로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같은 공간에 무척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으니, 한 사람의 감염자가 평소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외식을 하고, 쇼핑을 할 경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사람의 수 역시 매우 많다고 하겠다.

게다가 2014년 OECD 통계에 의하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출근에 소요되는 시간은 58분으로 2위인 일본, 터키의 40분보다 월등히 길다. 통계청은 1995년만 해도 통근에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인구 비율은 통근자의 9.5%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그 숫자가 18.0%로 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국가교통조사(2018)에 따르면, 서울 직장인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이 출근 41.8분, 퇴근 54.6분이나 되어, 무려 96.4분 동안 출퇴근경로상에 위치하게 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인구가 있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활발하게 출퇴근 등의 명목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은 전염병의 확산에는 상당히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우리 시민들의 손씻기 등 개인위생 인식은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으며, 2016년 기준 서울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3명으로, 전국 평균 2.2명에 비해 높다는 점은 인구밀집도를 부분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OECD 평균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3.4명에 이름을 고려하면, 우리 나라의 상대적 의사 수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료보험 제도로 인해 경제적, 물리적으로 가까운 병의원에 타국에 비해 쉽게 접근 가능하며, 예약이 필요 없는 워크인(walk-in) 형식으로 이용 가능한 동네의원의 수도 많은 편이라는 점은 큰 위안이 된다.

전 세계적 유행병 소위 팬데믹(pandemic, 범유행)은 항공교통의 증가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1970년 연간 항공여객 수는 3,100만 명 수준이었지만, 2018년에는 무려 42억 3,000만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대륙을 넘나드는 초장거리 도로망과 철도망이 예전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염자들이 대륙과 대륙을 건너 이동하면, 팬데믹의 확산 경로는 갈수록 추적이 어려워지고 감염자가 있는 국가의 숫자도 급증한다.

현재 중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외부 활동을 하지 말고 그냥 집에 머물러 달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는 점은 유행병 관리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시 하나가 거의 봉쇄된 상태로, 그 안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매우 가슴이 아프다. 춘제(중국 설) 연휴에 500만명 이상이 우한에서 중국 전역으로 빠져 나갔고, 우한에서 우리 나라로 입국한 사람이 올 초부터 계산하면 6,000명에 이른다는 보도는 과연 이번 유행병이 통제 가능할 것인가 하는 공포심을 자아낸다. 물론 신종플루 등을 비교적 잘 방어해낸 전례에 비추어 우리의 역량에 믿음이 가기도 한다. 이제 손을 씻고,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한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바로 의료기관을 찾는 가장 기본적인 수칙으로 돌아가자. 개개인의 결단이 유행병의 확산을 막고, 우리 이웃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보여주듯이, 인구 도시 밀집과 글로벌 교류 급증에 따라 인류는 그 비용을 비싸게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장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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