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ㆍ간츠 불러 합의… 중재자 면모 부각
친이 방안 유력… 팔 “오슬로 협정 파기”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방안을 담은 ‘중동평화구상’을 공개한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분쟁 중재자’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이나 그간 친(親)이스라엘 행보로 팔레스타인 측의 거센 반발을 부른 점을 감안할 때 평화구상이 국제사회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28일 평화구상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이 끝난 직후 이스라엘 제1당인 청백당 베니 간츠 대표와도 면담 자리를 갖고 관련 논의를 했다. 트럼프는 “중동 지역이 진정한 평화를 이루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중재안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우리는 네타냐후는 물론, (이스라엘) 다른 야당의 지지도 얻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지지 역시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낙관적 견해를 피력했다.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중동평화구상 마련에 강한 애착을 보여 왔다. 문제는 발표 시점이다. 돌연한 중재안 발표는 3월 1년 사이 세번째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간츠 대표도 트럼프에 평화구상을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선거 이후 발표할 것을 주장했고, 트럼프는 양쪽을 모두 초청하는 선에서 타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의 지원에 고무됐는지 평화구상을 ‘세기의 기회’라고 높게 평가했다. 트럼프를 향해서도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친구”라고 극찬했다. 간츠 역시 “평화구상은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측은 벌써부터 평화구상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재안에 담길 내용이 이스라엘에 치우칠 게 뻔해서다. 트럼프는 재임 중 양측의 첨예하게 대립 중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가 하면,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에 불법으로 들어선 이스라엘 정착촌이 국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이스라엘에 경도된 행보를 보여 왔다. 실제 외신은 “팔레스타인이 독립국 선포 시 자국 영토로 염두에 둔 상당 부분의 지역을 이스라엘이 합병하는 방안이 평화구상에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최근 트럼프와 통화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은 평화구상이 발표될 경우 PLO는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평화협정’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했다.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건설을 허용하는 대신, 팔레스타인은 무장 공격을 포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시 공개적으로 대이스라엘 투쟁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역시 “우리를 겨냥한 새로운 음모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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