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토바펜션 폭발 사고 ‘악몽이 된 명절’
강원 동해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한 가스폭발사고 현장감식이 진행된 26일 한 감식요원이 현장에서 자료를 채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남매 중 최근 자식을 잃은 셋째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떠난 가족여행에서 청천벽력 같은 참변이 발생했다. 우애가 돈독한 자매들에게 설 당일 벌어진 펜션 가스폭발 사고의 안타까운 사연이 주변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설 명절 일가족의 행복을 앗아간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토바펜션 폭발 현장감식이 진행된 26일 오후 피해자 가족들은 시커멓게 그을리고 산산조각이 난 객실을 보며 복받치는 슬픔을 참지 못했다. 이들은 설날인 25일 오후 7시46분쯤 발생한 폭발로 가족을 하늘로 떠나 보냈다. 20여분 간 현장을 둘러본 유가족은 아무 말없이 버스에 올라 시신이 안치된 동해병원으로 향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1남5녀 중 둘째부터 다섯째까지 4명의 자매와 남편 등 일가족 7명이다. 제사를 위해 수도권에 남은 첫째 오빠와 조금 늦게 합류하기로 한 막내 여동생 등 2명은 없었다. 일가족은 지난달 캄보디아에서 아들을 잃은 셋째 이모(66ㆍ여)씨를 위로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동해로 가족여행을 왔다. 이씨는 아들이 숨진 뒤 충격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조울증 등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유족은 “가족들이 아들을 떠나 보낸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려 만든 자리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고 울먹였다. 한달 새 두 번이나 찾아온 아픔에 유족들은 할 말을 잃었다.

설날 가족 모임 중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7명 등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합동감식반이 조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냉동 건물로 준공된 이 건물은 무등록 펜션 영업 중 참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폭발사고 당시 토바펜션 2층 객실엔 자매의 부부 등 7명이 모여 명절을 보내고 있었다. 위로와 덕담이 오고 간 자리였다.

막냇동생 가족은 한 시간 가량 뒤에 펜션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고기와 대게를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시간도 잠시. ‘펑’하는 굉음과 함께 이어진 두 차례 폭발은 발코니가 부서지고 객실내부 전체가 아수라장이 될 정도로 강력했다. 이 사고로 둘째(70) 부부와 넷째(58), 다섯째(56)가 폭발 직후 동해시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전신화상을 입어 충북 청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던 넷째의 남편(55)도 다음날인 26일 세상과 이별해 결국 아내 곁으로 갔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 청주의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셋째마저 27일 오후 숨져 네 자매 모두 하늘로 떠났다. 객실에 있던 7명 가운데 사촌 홍모(66)씨만 홀로 남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들은 홍씨가 깨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양주에 거주하는 이들 자매와 사촌은 평소에도 자주 모여 우애가 깊었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더구나 사고 펜션이 소방점검 등을 제대로 받지 않은 무등록 불법시설이었다는 소식은 유가족 가슴에 깊은 상처를 냈다.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고 놀러 갔다’는 식의 온라인 댓글도 유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숨진 이들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동해=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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