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소셜다이닝, 클래스 등 
 온라인에서 무작위로 모집해 오프라인에서 모임 
 “친척 잔소리 피하고 외로움도 해소돼” 
게티이미지뱅크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같이 수다 떨면서 각자 준비해 온 재료로 떡국 끓여 맛있게 먹었어요.”

경남 마산이 고향인 직장인 김한솔(30)씨는 올 설 연휴에 귀성하는 대신 ‘소셜다이닝’을 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게 된 5명과 설 연휴 시작 전날인 23일 저녁 경기 일산시 한 공유 숙소에 모여 함께 떡국을 만들어 먹은 것이다. 당면, 만두피, 다진 고기, 떡 등 각자 준비해 올 재료를 정하고, 자취 경력이 12년으로 길다는 1명을 메인 셰프로 꼽아 역할을 분담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지만 요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가 흘렀다. 차비를 아끼려고,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가족이 모두 외국에 살고 있어서 등 참석 이유가 가지각색이었다. 나름의 모임 규칙도 있었다. 가명 사용을 허용하고 당사자가 꺼내놓기 전까지 직업이나 나이 등에 대해 묻지 않는 등이다. 김씨는 “명절에 여러 잔소리를 피해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다는 생각의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설 연휴 가족이나 친구 대신 낯선 사람들과의 ‘랜덤 모임’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SNS 등을 통해 무작위로 참석자를 받고 공유 숙소나 주방을 활용해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방식이다. 주제도 설 음식 만들어 먹기부터 독서, 등산, 음주, 다이어트, 배우기 등 다양하다.

한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에 설 연휴를 맞아 보컬, 재즈피아노, 영어 등을 가르치고 배워보자는 제안글이 올라와 있다. 앱 화면 캡처

각종 모임 애플리캐이션(앱)과 SNS에는 설 연휴 전부터 모임을 꾸린다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한 소모임 앱에는 ‘설 마지막 날인 27일 미국 드라마를 함께 보며 영어 실력을 쌓자’ ‘오늘 강남에서 티타임 모임을 갖자’ ‘설날 마무리 요가를 하자’ 등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설 연휴 모임은 주로 참가 신청과 함께 일정한 운영비를 내고 정해진 시간에 모이는 형식으로 성사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3명과 25일 서울 관악산 등산에 나섰다는 신모(26)씨는 “명절엔 산이 한가해 등산을 택했다”라며 “혼자 가긴 적적해 직접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등산 모임을 꾸렸다”고 말했다. 신씨는 자신이 김밥과 물, 음료수 등을 준비하는 대신 참가자들에게 1만원씩을 받았다.

설 연휴 ‘랜덤 모임’ 증가 현상은 명절에 유독 스트레스가 커지는 ‘명절 증후군’과 무관치 않다. 최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3,507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 스트레스’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3%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특히 미혼자는 남녀 모두 ‘친척’(각 55%, 64.1%)에게서 가장 많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부모’(각 45.6%, 39.3% )가 뒤를 이었다.

‘혼설족’의 증가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귀성ㆍ귀경 비용을 아끼고 연휴를 자기 계발 시간으로 활용하려는 등 각종 이유로 혼자 설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을 뜻한다. 김한솔씨는 “다음 추석도 혼자 보낼 예정”이라며 “소셜다이닝 외에도 함께 영화를 보는 모임 등에 참석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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