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트랙을 질주하고 있는 윤성빈(왼쪽)의 아이언맨 헬멧과 17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스켈레톤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 윤성빈의 아이언맨 헬멧. 후원사 로고가 빼곡하다. 심현철 기자ㆍAP 연합뉴스
올림픽 당시 윤성빈이 착용했던 유니폼과 이번 시즌 유니폼의 디자인과 색상이 다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ㆍAP 연합뉴스
아이언맨 헬멧의 디자인도 다소 변경됐다. 후원 기업의 로고가 부착되고 유니폼 색상도 바뀌다 보니 윤성빈의 상징이었던 아이언맨 정체성을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ㆍAP 연합뉴스

‘설날의 영웅’ 윤성빈에게 아이언맨 헬멧은 정체성 그 자체다. 2년 전 설날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온 국민을 열광시킬 당시 윤성빈은 아이언맨 헬멧을 썼다.

머리를 앞쪽으로 하고 엎드린 채로 내려오는 스켈레톤 종목의 특성상 경기 장면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선수들이 쓴 헬멧이다. 많은 선수들이 이 헬멧에 다양한 그림이나 글씨를 그려 넣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곤 한다. 윤성빈은 당시의 압도적인 경기력과 헬멧의 모양 덕분에 ‘아이언맨’으로 불리고 있다.

 #후원사 로고에 가려진 ‘아이언맨’ 

윤성빈은 올림픽 이후에도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올림픽과 달리 그의 상징인 ‘아이언맨’은 잘 보이지 않는다. 헬멧에 빼곡히 부착된 후원 업체들의 로고 때문이다. 2019-20 시즌 내내 윤성빈의 아이언맨 헬멧에는 이마부터 뒤통수 부분까지 3개사 6개의 스티커가 붙었다. 헬멧 제조사와 귀 부분 양 옆에 붙은 월드컵 공식 스폰서까지 합치면 헬멧에서 확인할 수 있는 후원사 로고는 모두 9개가 된다. 자신의 정체성이 가려지는 것이 다소 아쉬울 법도 하지만 윤성빈은 시상대에 오를 때마다 후원기업 로고가 잘 보이도록 헬멧을 드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한다.

윤성빈의 경기 장면에서 아이언맨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헬멧을 뒤덮은 기업체 로고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정부 지원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여러 기업이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직후 대다수 경기장이 문을 닫는 등 사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동계 스포츠의 현실을 감안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 17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19-20시즌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윤성빈이 2위를 차지한 뒤 다른 선수들과 꽃다발을 들어 보이고 있다. 다른 선수와 달리 윤성빈은 헬멧에 부착된 후원 기업의 로고가 잘 보이는 각도로 헬멧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경기장 폐쇄에 줄어든 지원 

윤성빈이 ‘퍼펙트 레이스’를 펼친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는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 잠정 폐쇄됐다. 총 공사비 1,141억을 들여 지은 아시아 유일의 썰매 전용 경기장이었지만 사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이후에도 꾸준히 훈련을 이어가야 할 썰매 종목 선수들을 막막하게 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올림픽 직후 썰매 대표팀 상비군이 해체되고 대한체육회의 동계종목 선수 육성 예산 지원마저 종료되면서 선수들의 미래는 어두워져 갔다.

 #의지할 곳은 기업 후원 뿐 

이처럼 암울한 상황에서도 몇몇 기업들은 후원을 이어갔다. 썰매 종목은 국내 훈련 장소가 마땅치 않아 전지훈련이 필수이고, 대회 역시 유럽이나 북미 등 해외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 지원이 대폭 줄어든 현실에서 기업 후원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보니 윤성빈의 상징 아이언맨 헬멧과 유니폼에 후원 기업의 로고가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완벽했던 2년 전 설날의 레이스 

2년 전 설날 윤성빈은 완벽했다. 스타트, 주행 모두 빈틈 없었다. 차수를 거듭할수록 다른 선수들과 기록을 벌리며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썰매 황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경기 직후 ‘아이언맨’의 큰절 또한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관련 기사 보기‘마의 9번 커브’ 4차 모두 일치한 윤성빈의 퍼펙트 라인

윤성빈의 1.63초, 그 공간적 의미는

‘아이언맨’ 윤성빈의 금빛 질주와 큰절은 2018년 설날을 감동으로 채웠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와는 모습이 사뭇 바뀌었지만 윤성빈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ㆍAFP 연합뉴스
한국시간으로 설날인 25일 새벽 독일 쾨니히스제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윤성빈이 질주하고 있다. 윤성빈은 1차 시기에서 트랙 기록을 세우며 1위를 차지했지만 2차 시기 초반 주행이 흔들리면서 1위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와 1,2차 합계 0.06초 차이로 2위로 밀렸다. EPA 연합뉴스
 #계속되는 아이언맨의 질주 

비록 아이언맨은 온전히 보이지 않지만 윤성빈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18-19 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주최 9개 대회에서 모두 시상대에 오르는 ‘올 포디엄’을 기록했고, 세계랭킹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9-20 시즌에는 허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6차 대회 중 최근 4개 대회에서 금 1, 은 2, 동 1을 차지하며 25일 현재 세계랭킹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윤성빈이 당시 마의 코스라 불렸던 9번 코너를 주행하는 모습을 연속 촬영한 뒤 합성한 모습. 윤성빈의 주행라인은 1차부터 4차까지 완벽에 가깝게 일치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시상대에 올라 헬멧을 든 채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어 환호에 답례하고 있는 윤성빈. AP 연합뉴스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윤성빈이 2위로 레이스를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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