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전염을 우려한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탑승수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권모(28)씨는 지난 23일 설 연휴에 가족과 함께 가려던 3박4일 중국 상하이 여행 일정을 전부 취소했다. 이른바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혹시 모른다’는 걱정에 여행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권씨는 “두 달 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이라 아쉬움이 크다”며 “국내 여행지로 눈을 돌려 갈 곳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시민들이 설 연휴 중국 여행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온라인 여행 정보 커뮤니티에도 현지 상황이나 취소 시 수수료 해결 방법 등을 문의하는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윤모(56)씨 역시 24일부터 계획 돼있던 중국 상하이 3박4일 여행을 지난 22일 취소했다. 윤씨는 “호텔 등 현지 일정 등은 전부 취소했다”며 “항공권은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올해 11월쯤으로 일정을 연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힘들게 예약한 여행을 취소하게 돼 아쉽다”면서도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여행 정보 공유 카페에서도 여행 취소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4일부터 3박4일 상하이 여행을 취소했다는 한 네티즌은 “10월부터 준비했던 여행이었다”면서 “인터넷 면세점 구입품, 상하이 디즈니랜드 입장권, 환전 수수료 등 처리할 게 너무 많다”고 적었다. 27일부터 2박3일간 청도 여행을 취소했다는 남성도 “패키지로 해서 70만원정도 손해를 봤다”면서 “설 연휴에 가는 첫 가족 해외 여행이었는데 마음이 안 좋다”고 적었다. 이 카페는 최근 ‘우한폐렴정보공유’라는 게시판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해 1, 2월 중국 여행 취소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증가했다. 인터파크투어 역시 1~3월 출발하는 중국 패키지 상품 취소율이 15~2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지난 23일 중국 우한시에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를 발령하고, 우한시를 제외한 후베이성 전역에 여행경보 1단계(여행 유의)를 발령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공항공사는 제1터미널의 보안검색대 수를 4대 더 늘리고, 사람들과 접촉이 많은 무빙워크ㆍ에스컬레이터 손잡이ㆍ음수대 등에 대해선 하루 2회씩 에탄올 소독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공항공사는 연휴 첫날인 24일엔 약 22만명, 연휴 전체 기간 동안엔 1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이나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수준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된 감염 경로는 손이나 침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24일까지 이 병으로 25명이 숨지고 830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