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 대통합 나서면 행정보류 해제”… 총회 긴급임원회, 한기총 조건부 복귀 결정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1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6월 사실상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탈퇴를 선언했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가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한기총은 극우 성향 정치 행보로 물의를 빚고 있는 전광훈 현 대표회장의 연임이 점쳐지는 분위기이고, 기하성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개신교 교파다.

기하성 총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긴급 임원회 회의를 열고 개신교 연합 기관의 대통합이 전제가 된다면 한기총을 상대로 내렸던 행정 보류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행정 보류는 한기총 회원 교단으로 어떤 의무도 이행하지 않으며 한기총 관련 업무에도 관여하지 않는 조치로, 사실상 탈퇴로 해석된다. 조건부 복귀 결정인 셈이다.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기총이 요청한 복귀 여부를 놓고 토론을 벌인 임원회는 한기총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과의 대통합을 적극 추진한다면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행정 보류를 해제하는 게 맞는다고 뜻을 모았다.

기하성은 “그동안 우리 총회는 한국 교회 연합 기관의 대통합을 위해 노력했고 2014년 한기총 가입도 그 목표를 위해서였지만 그 뒤 한기총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행정 보류가 불가피했다”며 “이제 한국 교회가 먼저 연합 기관 대통합으로 하나가 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이념과 진영 대결로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대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기하성 총회는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이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한 지난해 6월 11일 정기 실행위원회를 열어 한기총에 대한 행정 보류를 결의했다. 전 회장의 막말과 정치 편향 등이 주요 이유였고 “순수한 복음주의 운동으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한기총이 회복”하는 게 해제의 조건이었다. 그런데 ‘연합 기구의 대통합 추진’으로 슬그머니 조건이 바뀐 것이다.

이를 두고 교계 일각에서는 전 회장이 기하성에서 가장 교세가 큰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영훈 위임목사를 세게 압박해 끌어낸 결과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전 목사는 18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기하성 대표총회장인 이영훈 목사 지시로 기하성 교단이 자신들의 집회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한기총 이은재 대변인 역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하성이 한기총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며 내부 복귀 인준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영훈 목사와 함께 수년째 기하성 임원을 맡고 있는 이태근 총회장의 18일 광화문 집회 참석 사실도 한기총 복귀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교계 일부의 해석이다.

과거 한기총 내 대형 교단으로 분류됐던 기하성이 복귀할 경우 교계 내 입지가 위축된 한기총의 영향력이 회복되는 데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전 회장의 막말과 불법 시위 주도 등 탓에 대형 교단들이 연쇄 이탈하면서 현재 한기총에는 군소 교단만 남아 있다.

한기총은 30일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연임을 노린 전 회장이 단독으로 출마해 최근 자격 심사를 통과했지만, 일부 교단 총회장들 중심의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전 회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경력과 소속 교단 목사의 면직 처분 등을 근거로 자격 심사에 문제가 있다면서 법원에 대표회장 선거 실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한기총 정관이 규정하고 있는 대표회장 자격은 ‘성직자로서의 영성과 도덕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자’다.

기하성의 행정 보류 해제 여부는 3월 열리는 임시 실행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통합 대상으로 지목된 한교총 등은 통합 가능성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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