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얼어붙어 삽도 안 들어가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한국인 교사 4명이 트래킹 도중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된 사고가 7일째를 맞았지만 실종자 수색 작업은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네팔 당국은 매몰 추정 구역의 눈이 단단히 얼어붙어 사실상 수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23일(현지시간) 수색대를 현장에서 일시 철수시켰고, 산악인 엄홍길 대장 지휘로 수색 작업을 돕던 국내팀도 귀국을 결정했다.
외교부 해외안전지킴센터와 충남도교육청 현지지원단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10분쯤 네팔 군ㆍ민간수색대 등이 철수하면서 수색 작업은 잠정 중단됐다.
지난 21일 현장에 투입된 네팔군 수색구조 전문 특수부대 요원 9명은 당초 오는 25일까지 인근 산장에 머물면서 현장 수색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마을 주민 수색팀과 함께 매몰 추정지점의 얼음덩어리를 손으로 옮겨가며 수색 작업을 진행했지만 눈이 삽날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단단하게 얼어붙으면서 더 이상 파헤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에는 3~10m에 달하는 눈이 쌓여 있다.
엄홍길 대장과 KT드론 운영팀도 21일부터 사흘 연속 휴대품에 반응하는 금속반응장비 등을 이용해 수색을 지원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일단 귀국하기로 결정했다. KT 드론 수색팀이 이날 동원한 대형 드론도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로 오작동을 일으키고 배터리가 방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엄 대장은 “사람, 동물(구조견), 기계 등 투입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엄 대장은 “사고 지점에 6m짜리 탐침봉이 다 들어가는 것을 보면 실종자는 평균 10m 깊이 아래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전날 헬기로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산장에 도착해 수색 현황을 둘러보고 돌아갔다. 현지 당국은 조만간 인력을 보강해 다시 수색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이 안나푸르나 데우랄리 롯지에서 내려오던 중 네팔인 가이드와 함께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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