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완서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내가 살아낸 세월은 물론 흔하디 흔한 개인사에 속할 터이나 펼쳐 보면 무지막지하게 직조되어 들어온 시대의 씨줄 때문에 내가 원하는 무늬를 짤 수가 없었다. 그 부분은 개인사인 동시에 동시대를 산 누구나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고, 현재의 잘 사는 세상의 기초가 묻힌 부분이기도 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펼쳐 보인다. ‘우리가 그렇게 살았다우.’”(1995년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 서문)

책의 저자가 직접 이야기의 탄생 과정과 후일담을 들려주는 ‘서문’은 독자들이 그 문학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열쇠가 된다. 1월 22일 박완서 작가의 타계 9주기를 추모하며 한국문학의 거목인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출간된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작가정신)은 40년에 걸친 박완서 문학세계에 대한 다정한 안내서다.

94년 3월 8일 촬영된 생전 작업실에서 워드프로세서로 원고를 쓰는 박완서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작가가 썼던 소설, 산문, 동화의 서문과 발문에 실린 ‘작가의 말’ 67편을 망라해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작가 자신이 직접 밝히는 작품의 집필 동기와 사회 역사적 배경, 주제뿐 아니라 작품에서 미처 못 다한 이야기와 탈고를 마친 순간의 소회 등이 담겼다. 책에 찍힌 작가의 발자국들은 때로는 조심스럽게, 가끔은 주저하며, 그러나 대범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찍히고, 이 걸음걸음을 그대로 한국문학의 발자취가 되었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외에도, 타계 9주기에 맞춰 박완서 문학의 생생한 현재성을 조명하는 다양한 책들이 잇달아 출간된다.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문학과지성사)는 지난 7월부터 출간되는 ‘문지작가선’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다. 초기작 ‘도둑맞은 가난’(1975), ‘겨울 나들이’(1975)부터 ‘공항에서 만난 사람’(1978),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1991), ‘빨갱이 바이러스’(2009) 등 엄선된 10편의 중ㆍ단편소설을 실었다.

고 박완서 작가의 9주기를 맞아 출간된 작품들. 왼쪽부터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오디오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MBC 아나운서들의 목소리로 제작된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전7권)의 오디오북도 출시된다. 아나운서 17명이 총 97편에 달하는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전체를 낭독한다. 이외에도 동네서점이 선정한 대표 중단편 4편을 엮은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도 출간된 예정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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