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워런ㆍ 클로버샤 동시 지지… “대선판 분열 야기할 듯”
우리나라도 언론 후보 지지 필요성 제기… 선거법 위배 소지도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후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가 19일 2020년 지지 후보를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죠. 주인공은 진보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온건성향의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인데요. NYT가 두 명의 여성 후보를 지지한 것은 처음이라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어요.
NYT의 결정은 의아하게도 느껴집니다. 두 의원은 정책이나 공약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죠. 의료보장 제도, 부유세 도입 등 모든 문제에서 의견이 갈리는 두 사람을 동시에 지지한다니,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유승우 뉴욕주립 코틀랜드대 교수는 “NYT 내 워런 지지가 우세하다가 최근 CNN과 워런의 유착 논란이 터진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며 “지지 선언이 대선판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나, (두 명을 지지해) 대선판에 분열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어요. 미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선택이지만, NYT가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과 기준이 불분명하고 혼란스러워 보인다는 진단이지요.
미국 주요 언론들은 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공정성ㆍ객관성의 보도원칙을 강조하는 우리나라 보도 관행과는 사뭇 다르죠. NYT는 미국에서 처음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시작한 매체입니다. 1860년 대선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공화당 후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60년간 이어진 전통이지요. 진보성향의 NYT는 1952년과 1956년 공화당 후보였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를 지지한 바 있으나, 1960년 존 F 케네디 이후로는 줄곧 민주당 후보만 지지해왔어요.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이 어떻게 특정 후보를 응원할 수 있었던 걸까요. 여기에는 ‘사실과 의견은 다르다’는 원칙이 작용하는데요. 지지할 후보를 선정하는 논설위원실과 보도를 하는 편집국은 독립적인 영역으로, 논설위원실이 누구를 지지하던 편집국의 기자들은 중립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다만 이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많습니다. 미국 언론의 객관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의심을 받고 있어요. 특히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이 언론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선거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무용론도 줄곧 제기되고 있어요. 여론조사연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2000년대 초반부터 언론의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이 독자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죠.
그럴수록 미국 내에서는 언론의 지지 선언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유 교수는 “미국 언론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정치가 양극화할수록 언론이 독립성을 갖추고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다”며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은 시대이기 때문에 어떤 정당과 후보가 적합한지 언론이 제대로 된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 이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선 “인과관계를 분명히 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지 이유가 권력유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도록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은연중 특정 후보를 미는 이중적 보도 행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2000년대 초반부터 나오고 있어요. 편파보도 문제가 심각한 한국 언론계에선 언론의 특정 후보 지지가 오히려 선거의 공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지요.
그러나 아직까지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우선 법에 저촉되기 때문인데요. 공직선거법 제8조 ‘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에는 방송ㆍ신문 등 보도하는 자와 인터넷 언론사는 정당의 정책이나 후보자에 대한 정견에 대해 보도할 경우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죠. 뉴스 보도의 경우 방송법 제6조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조항에도 위배될 수 있습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국 언론은 그 동안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서 신뢰도가 떨어져 왔다”며 “정파성이 강한 한국 언론이 이 같은 관행을 도입한다고 객관적 보도를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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