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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 대해부] 민정수석 퇴임 후 이력 보니… 출세 보증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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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 대해부] 민정수석 퇴임 후 이력 보니… 출세 보증수표

입력
2020.01.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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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비서관급 이상 180명 분석 

 대통령 대법관 장관 국회의원까지 

 김앤장 등 대형로펌도 보금자리 

 장ㆍ차관 등 고위공직자 33명 

 국회의원 17명ㆍ김앤장行 16명 

정권 실세로 통하는 청와대 민정수석들은 청와대를 떠난 뒤에도 대부분 요직을 차지하며 ‘잘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실 근무를 밑천 삼아 고위공직자가 되거나 국회나 대형 법무법인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승승장구했다.

한국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신설된 박정희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180명(34명 중복)을 전수 조사해 청와대 파견 전후의 경력과 출신지역, 이후 행보 등을 분석(한국일보 1월 18일자 1ㆍ2면 참조)한 결과 이들은 정권에 상관 없이 퇴임 후에도 이력이 화려했다.

조국 전 수석과 우병우 전 수석 등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민정수석실 근무를 계기로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등 더 높은 자리에 안착했다.

민정수석 출신으로 최고자리에 오른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나 민정수석을 지내며, 이후 정치인의 길을 걸을 때 당시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했다.

최고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고위직에도 민정수석실 출신이 포진해있다. 김선수 대법관과 이석태 헌법재판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공직기강비서관과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냈다. 법무부 장관 중에도 민정수석실 출신이 여럿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권재진ㆍ이귀남 전 장관은 각각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정비서관 출신이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팀을 지휘한 박영수 특검도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사정비서관으로 일한 적이 있다.

여의도에서 금배지를 단 일부 정치인들도 민정수석실 근무 경험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ㆍ박범계ㆍ조응천 의원과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6선의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도 김영삼 정부에서 사정1비서관과 민정2비서관을 지낸 뒤 정치에 입문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 조직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 조직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민정수석을 거쳐 장ㆍ차관 등 고위직으로 영전한 인물도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정동기 변호사는 퇴임 후 법무부 산하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퇴임 후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내다가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뒤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모강인 전 해양경찰청장도 청장이 되기 전에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일했다.

김영삼ㆍ김대중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 출신들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첫 민정수석을 지낸 김영수 전 민자당 의원은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냈으며,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김종민 전 비서관은 퇴임 후 문화체육부 차관을 거쳐 장관자리까지 꿰찼다. 행정자치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이근식 전 장관도 청와대 민정1비서관 출신이다.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한 김혁규 민정1비서관은 퇴임 후 경남도지사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신광옥ㆍ김학재 민정수석이 차례로 법무부 차관에 임명되는 등 불패신화를 이어갔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이만의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에 임명됐다.

민정수석 자리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박정희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 근무는 출세 보증수표로 통했다. 정진우 당시 민원비서관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쳐 총무처 차관을, 이락선 민원비서관은 초대 국세청장과 건설부장관에 임명됐다. 고재일 민원비서관도 조달청장과 전매청장, 국세청장을 거쳐 건설부장관까지 역임했다. 또 안광석 민원수석비서관은 조달청장에, 이원홍 민원수석비서관은 문화공보부 장관에 올랐다.

박정희 정부 이후 최규하ㆍ전두환ㆍ노태우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을 거쳐 장ㆍ차관급 고위직에 임명된 인물은 13명에 달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한영석 전 법제처장은 법무부 차관에, 뒤를 이은 정구영 민정수석은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대형로펌은 공직이나 정치권 못지 않게 민정수석실 출신들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민정수석 및 비서관급은 모두 16명이나 됐다. 특히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일했던 비서관급 이상 37명 중에선 30%(11명) 정도가 김앤장 소속으로 일했다.

대형로펌 스카우트 1순위로 민정수석실 고위직 출신이 꼽히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청와대에서 고급정보와 동향, 각종 정책과 비리첩보를 접했기 때문에 로펌 영업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앤장 출신들이 거꾸로 청와대로 입성하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민정수석실이 김앤장 출장소’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일보가 역대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180명(34명 중복)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정권마다 각종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지 않은 민정수석이 없을 정도로 법적으로도 흠이 많았다.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일보가 역대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180명(34명 중복)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정권마다 각종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지 않은 민정수석이 없을 정도로 법적으로도 흠이 많았다. 송정근 기자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데이터분석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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