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에서 경제와 외교에 집중된 회담 일정을 수행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은 4,000마일(6,500㎞) 떨어진 워싱턴에 가 있는 듯 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참석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경제성과를 자찬하는 세일즈 외교로 유능한 지도자의 면모를 뽐내려 했지만, 국내에서 탄핵 심판이 본격화하자 인내심을 잃고 비난을 퍼붓는 등 불안한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이다.
트럼프는 이날 이틀 일정의 다보스 방문을 마무리하면서 ‘깜짝’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미국의 경제 호황에 대한 장황한 설명으로 포문을 연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나는 탄핵심판 맨 앞줄에 앉아 민주당 의원들의 부패한 얼굴을 응시하고 싶다”며 화제를 곧장 탄핵으로 돌렸다.
민주당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증언 요구도 재차 거부했다. 트럼프는 “볼턴을 증인으로 세우는 건 국가안보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여러분도 관계가 좋지 못한 사람이 자신과 관련한 증언을 하는 건 원치 않을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앞서 CNBC 방송 인터뷰에서도 “바쁜 다보스 일정에도 전날 탄핵심판 중계를 시청했다”며 “완전한 사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동 트기 전부터 탄핵에 반대하는 공화당 인사들의 발언을 재송신하는 등 수십 건의 트위터 게시물을 올리며 하루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팩트베이스(Factbase)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0시부터 오후 6시35분까지 총 142회 트윗을 올려 재임 기간 하루 기준 최다 게재 기록을 세웠다. 몸은 다보스에 있지만 마음은 탄핵심판장에 가 있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회견에 앞서 백악관은 트위터에 “미국민은 당파적 연극이 아닌 성과를 보고 싶어한다. 워싱턴에서 어떤 드라마가 펼쳐지든 대통령은 여러분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백악관은 의회의 정파적인 탄핵 싸움에서 한 발 비켜나 국정 운영에 매진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부각하려 했지만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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