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뒤늦게 우한 고립… 중남미까지 퍼져 ‘팬데믹’ 임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진인탄 병원 앞에서 마스크를 쓴 보안요원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기차역으로 달려가 겨우 표를 구했다. 이 도시에 한두 달씩 갇히기 싫다.”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봉쇄한 23일 이름을 ‘추이’라고 밝힌 한 주민이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전한 푸념이다. 그는 전날 밤부터 기차표 온라인 예매가 먹통이 됐다며 “우한 탈출 러시가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이날 새벽부터 한커우(韓口)역은 말 그대로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출발 열차를 잡기 위해 짐을 들고 달리는 모습, 승객들로 넘쳐나는 열차 객실 등 긴박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한 쪽 도로만 꽉 찬 풍경도 연출됐다. 주민 딩모씨는 “우한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는 텅텅 빈 반면, 반대편 도로는 우한을 빠져나가려는 차량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꽉 막혀 있다”고 말했다.

텐허 국제공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우한에서 일하는 리모씨는 “공항이 초만원이라 직원들의 위치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여객기가 제 시간에 뜨는 건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형 재난이 닥칠 때면 뒤따르는 사재기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시내 주유소에서 곧 휘발유 판매가 중단될 것이라는 ‘주유 대란’ 소문이 돌면서 “휘발유의 지속적인 공급을 보장하겠다”는 우한시 당국의 긴급 진정문이 나올 정도였다. 주민 왕모씨는 “양배추 한 통 가격이 한자릿수에서 35위안(5,900원)까지 올랐다”며 “늘 붐비던 쇼핑몰ㆍ식당들이 텅 비어 마치 ‘유령도시’ 같다”고 SCMP에 밝혔다.

중국이 우한을 봉쇄한 건 지난달 12일 첫 환자 발생 이후 42일만이다. 하지만 감염자수가 매일 100명 넘게 증가하며 확산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미국에서 폐렴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중남미 및 러시아에서도 의심환자가 발생해 질병이 전 세계로 퍼지는 ‘팬데믹(pandemicㆍ대유행)’ 단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공개한 중국과 중화권 확진자는 616명이고 이 중 95명이 중태이다. 사망자도 17명으로 늘었다.

우한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우한의 도시버스, 지하철, 여객선, 장거리 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한다”며 “승객들이 외부로 나가는 공항과 기차역도 모두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시민들이 우한을 떠날 수 없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차단하고 확산을 억제해 대중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인구 1,100만명의 우한은 후베이성의 성도(省都)로, 신중국 건국 이후 70년간 성도급 대도시가 폐쇄된 것은 처음이다. 우한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발열이나 기침 증상이 없으면 자차로 우한을 빠져나가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이날 오후 들어 우한을 지나는 고속도로가 통제됐다. 국도도 곧 통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4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춘제(春節ㆍ설) 연휴를 맞아 당초 우한에 500만명의 유동인구가 드나들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우한 서쪽 70㎞에 위치한 황강(黃岡)에도 당국의 봉쇄령이 내려졌다. 황강시 당국이 24일 0시를 기준으로 철도 운영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시 당국의 봉쇄 조처에 따라 출입 차량에 대한 검역 조사가 이뤄지며, 영화관이나 술집 등의 영업도 정지될 것으로 전해졌다. 황강의 인구는 750만명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긴급위원회를 열어 우한 페렴에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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