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武漢) 폐렴’에 최고 전염병 경보 단계인 ‘국제 비상사태’ 부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제적 협력을 강화해 바이러스 확산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구속력이 없는 한계 탓에 조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WHO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소집된 긴급 위원회에서 우한 폐렴의 원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놓고 이틀째 논의를 이어갔다. 핵심은 우한 폐렴에 국제 비상사태 지위를 부여하느냐이다.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최근 10년 간 WHO는 전염병에 다섯 차례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대규모 질병 발생으로 국제적 대응 필요성이 생기면 WHO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발령할 수 있다. WHO 회원국은 △사건의 공중보건 역할이 심각해질 경우 △비정상적이거나 예기치 않은 경우 △국제적으로 질병이 확산될 위험이 있는 경우 △국제 여행이나 무역에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 중 두 가지 이상 조건에 해당되면 24시간 안에 본부에 통지해야 한다. 이후 WHO는 긴급 위원회를 소집해 PHEIC 선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005년 WHO는 국제보건규칙을 개정하면서 적용대상 질병을 기존 콜레라, 페스트, 황열병에서 ‘원인이나 출처에 상관없이 사람에게 현저한 손상을 야기하거나 야기할 수 있는 질환 또는 의학적 상태’로 확대했다. 원인을 불문하고 공중보건에 위협을 미치는 모든 질병이 대상이 된 셈이다. 앞서 WHO는 △신종 인플루엔자(2009) △소아마비ㆍ서아프리카 에볼라(2014) △지카 바이러스(2016) △키부 에볼라(2019) 등 다섯 번 PHEIC를 선포했다.
PHEIC 대상이 되면 WHO는 출입국을 제한하고 오염되거나 오염이 의심되는 수하물 등에 대한 압류와 폐기를 권고하는 등 질병확산 방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회원국 간 정보교환도 필수 준수사항이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WHO가 PHEIC 에 따른 대비를 촉구해도 질병 예방이나 감시 대책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그치기 때문이다. 로널드 클라인 전 백악관 에볼라 바이러스 코디네이터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PHEIC는 사태가 더 확산되기 전에 사전준비를 하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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