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사회, 신음하는 지구촌] 길마르 마시에로 브라질 상파울루대 교수 인터뷰
“브라질은 지금까지 소수 엘리트 계층을 위한 정치를 해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부의 양극화는 극심해졌고, 서커스(오락)만 있고 빵(일자리)은 없는 나라가 됐습니다.”
12월 4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만난 길마르 마시에로 상파울루대(USP) 교수는 현재 브라질의 본모습을 이렇게 진단했다. 2억명이 넘는 국민 모두를 향한 정치는 실종되고 소수 엘리트를 위한 정치를 해온 결과 극심한 부의 양극화가 발생했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브라질의 양극화 심화에 대해 “부끄럽다”고까지 말했다.
자원ㆍ인구 부국인 브라질이 자국 사정에 맞는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한 게 아니라 외부 세력의 입맛에 맞게 설계돼왔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마시에로 교수는 “1960년대 이후 브라질 정치인들은 친미, 친중, 친유럽, 친일 등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에 붙어 정치를 해왔다”며 “1950년대까지 철도가 주류였던 유통망이 해외 자동차 기업의 압력으로 고속도로로 바뀌는 식의 발전을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오래 납부하면서도 적게 받는 내용의 연금 개혁을 추진했는데 군인연금은 제외했다”며 “이 역시 소수를 위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금속 노동자에서 대통령이 된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친서민ㆍ친노동자 정치에 대해서도 그는 날 선 시각을 비쳤다. 마시에로 교수는 “룰라 전 대통령이 노동자당을 창당했는데 엘리트의 이익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항복 선언을 하기도 했다”며 “노동자당이 실질적으로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한 일은 거의 없었고 집권(2003~2010년) 당시 경기 호황은 원자재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마시에로 교수는 살인ㆍ마약ㆍ강도 등 악명 높은 브라질의 범죄 역시 정치가 국민들을 보듬지 못한 탓이라고 봤다. 그는 “정부가 양극화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하류계층은 돈을 벌기 위해 위험한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려고 하는 데 그게 범죄”라며 “특히 교육 예산을 삭감하는 등 미래를 위한 정책이 없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범죄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옛 로마제국은 황제가 ‘빵과 서커스’라는 당근으로 우민화 정책을 폈다. 음식과 오락으로 국민의 정치 무관심을 유도, 체제 반대 세력을 키우지 않는다는 의미다. 마시에로 교수는 “브라질에는 실업자가 1,300만명이 넘고, 노동자의 50%는 비정규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소수에 집중된 부를 국민 전체로 나누는 정책을 펼쳐야 하지만 현재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그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말했다.
상파울루=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