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에서 주식 거래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증권업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IT업체로는 처음으로 증권업에 진출하게 된 카카오는 막강한 이용자를 보유한 메신저 서비스를 앞세워 증권시장의 판도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전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다음달 5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안건이 최종 의결되면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과반 지분을 확보한 카카오페이는 정식 대주주로 인정받기 위해 작년 4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이 2016년 카카오의 대기업집단 지정될 때 계열사 5곳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심사는 잠정 중단됐으나, 김 의장은 지난해 1ㆍ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금융위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것은 아니지만 법 위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증선위 심사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의 증권업 진출은 자본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IT 기반 기업으로 증권업에 뛰어든 첫 사례인 데다 카카오톡을 활용하면 리테일(소매) 판매 부문에서 기존 증권사들의 영업력을 단숨에 제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미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 송금, 인증 등의 영역에서 빠른 시간에 영향력을 확장했다. 인수 계약 체결 당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주식ㆍ펀드ㆍ부동산 등의 다양한 투자 상품 거래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주영훈 유진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분석보고서를 통해 “카카오페이는 모바일 영수증과 청구서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면서 “바로투자증권 인수가 마무리되면 은행, 간편결제, 보험에 이어 증권업까지 영위하게 되는 만큼 서비스영역 확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출혈경쟁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로투자증권은 자본금 규모가 워낙 작은 회사라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다만 가뜩이나 증권사 수수료가 낮아진 상황에서 리테일 부문에 적극 뛰어들면 증권사들 간의 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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