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후보자들 책 100여권 보니
미래ㆍ개혁ㆍ길 등 단골 키워드
유력 정치인과 인연 강조하기도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 두번째)이 11일 오후 충남 공주시 백제체육관에서 열린 '여전히 촌놈, 박수현' 출판기념회에서 방송인 김미화(왼쪽) 씨 등과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철을 앞둔 출판시장은 정치인 책으로 들썩이곤 한다. 정치인들에게 저서란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더 없이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직 유권자들에게 생소한 정치신인은 책을 통해 철학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현실정치에서 한 발 떨어져있던 이들이 ‘복귀 신호탄’으로 책 출간을 쏘아 올리기도 한다. 올해도 어김 없었다. 선거 출마 예정자의 출판기념회가 금지된 지난 16일을 앞두고 신간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총선을 앞두고 발간된 정치인 책에는 ‘작명의 정치학’이 녹아 있었다.

23일 본보가 15일까지 출간된 여야 4ㆍ15 총선 예비후보자의 책 약 100권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책 이름에 제일 빈번히 등장하는 것은 ‘지역명’이었다. 출마 지역구 소개, 발전 방향 등을 담아 자신이 ‘지역잘알’(지역에 대해 잘 안다는 뜻)이란 점을 뽐내려는 취지다. ‘군산빌’(김관영), ‘더 큰 충주 프로젝트’(김경욱)처럼 지역 비전을 소개하거나, ‘손금주와 함께 가는 나주화순여행’(손금주), ‘청주와 문화, 그리고 나의 이야기, 69년생 이현웅’(이현웅)과 같이 지역 문화홍보대사를 자처하기도 한다. 강원 홍천ㆍ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김준영 수의사는 ‘다시 꾸는 통일 돼지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북한에 맞닿은 지역 특색을 강조했다.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 걸린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및 북콘서트 홍보물. 정해주 인턴기자

미래, 길, 일, 개혁 등도 책 이름에 등장하는 단골 키워드다. 그 자체로 ‘나를 뽑으면 미래가 있고, 길이 열리고, 일하는 국회가 된다’는 뜻이 담겼다 ‘새로운 미래 새로운 인재’(양향자), ‘오직 혁신’(김승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저자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한 제목도 많다. 특히 지역구에 처음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이력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전문분야에 초점을 맞춰 책을 쓴 경우가 흔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변호사 출신 원영섭 한국당 조직부총장이 ‘건설부동산법률 실전 사례의 종결’이라는 책을 낸 게 대표적이다. 경기 이천에 출사표를 던진 김용진 기획재정부 전 차관도 ‘공공기관에 날개를 달자’를 펴내 자신이 문재인 정부의 ‘곳간지기’였다는 점을 홍보했다. ‘격정의 기록! 전환시대의 독트린’(윤상현)도 전문성을 강조한 경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경험을 드러내 외교안보전문가라는 점을 드러냈다.

유력 정치인과의 인연을 강조한 책도 눈에 띄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특히 ‘반보 앞서간 노무현의 반보 뒤에서 정치를 배우다’(서갑원), ‘노무현의 부활을 노래하자’(이상성)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책이 가장 많았다. 친노무현 계열 인사들이 주축이 된 문재인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우회적으로 드러내 ‘정부 프리미엄’을 업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한 경우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에서 출마하는 천영식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천영식의 증언-박근혜 시대 그리고 내일’이 있었다. 천 전 비서관의 책에는 박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시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진지한 고민이 담겼다.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도 있다. ‘일하고 싶습니다-단디 그리고 야무지게’(양문석), ‘인생은 도전이다’(이인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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