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에 이어 셀카도 등장 
 화면 그대로 포착돼 곤란 겪기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13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치원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이 가결된 후 동료 의원들과 ‘법안통과 기념 셀카’를 찍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난 해 12월 30일 본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법안’이 표결되는 동안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투표 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모니터 화면을 촬영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지난달 30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수처 설치법안 투표를 거부하며 퇴장해 자리가 텅 비어 있는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여기저기에서 투표 후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오대근기자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표결 처리된 13일 주인공은 신임 총리였으나 본회의장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스타’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었다. 이날 총리 동의안에 이어 상정된 유치원 3법이 통과되자 여러 의원들이 대표 발의자인 박 의원에게 다가가 축하와 격려인사를 건넸고, 박 의원은 스마트폰을 꺼내 ‘자축 셀카’를 찍었다. 본회의장에서 환하게 웃으며 단체 셀카를 찍는 의원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관심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의원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고, SNS 메시지를 주고받는 경우는 흔하다. 특히, 사진과 영상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본회의장 뒤편 2층 방청석에 자리잡고 있다 보니 의원들의 스마트폰 화면이 그대로 포착, 보도돼 논란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회의장의 의원들은 스마트폰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 그 사용법을 정리했다.

 #의정활동의 증거 ‘인증샷’ 

공수처 신설 법안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하자 범 여권 의원들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꺼내 ‘인증샷’을 찍었다. 본인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기록을 확보해 공식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몇몇 의원은 자신의 기표 결과가 나타난 개인 단말기 화면을, 일부 의원은 전체 표결 결과가 표시된 전광판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혔다.

의원들은 휴대폰으로 대통령의 국회 연설 장면을 기록하기도 한다. 의정 홍보용인지 단순 소장용인지 알 수는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치적 적대 관계에 있는 야당 의원의 경우 대통령을 찍는 일은 거의 없다. 지난 2017년 11월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예산 시정연설 장면을 한참 동안 촬영했고, 옆 자리의 박범계 최고위원 역시 스마트폰을 꺼내 같은 자세로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찍었다.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석에서는 이 같은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우리 대통령은 아니지만 2017년 11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장면을 정우택 의원 등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적은 있다.

 #SNS 메시지 그대로 노출… 논란되기도 

국회 본회의장의 맨 뒷줄 의석은 주로 각 당 지도부를 비롯해 중진의원들의 차지다. ‘고참’ 대접을 받는 이들에게도 조심해야 할 것은 있다. 2층 방청석에서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내려다보는 사진기자들이다. 대체로 어두운 조명 속에서 밝게 빛나는 스마트폰 화면이 사진기자의 관심을 끌기 충분한 데다,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의원의 스마트폰이라면 더더욱 순식간에 망원렌즈의 초점이 화면에 고정되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시정 연설을 하는 동안 추미애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연설 장면을 찍고 있다. 오대근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방한해 국회연설을 하는 동안 당시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등이 연설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오대근기자

가장 최근의 사례가 바로 추미애 신임 법무장관(의원 겸직)의 경우다. 9일 저녁 본회의장 뒷줄에 앉은 추 장관의 스마트폰 화면에‘지휘감독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관련 법령을 찾아’라는 메시지가 떠 있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법무부의 검찰 견제 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사진 한 장으로 정부와 검찰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졌다.

엉뚱한 메시지나 검색어를 스마트폰 화면에 띄웠다가 홍역을 치른 경우도 적지 않다. 19대 국회 당시 민주통합당 정호준 의원은 2013년 11월 본회의장에서 ‘불륜’을 암시하는 문자가 노출되면서 20대 공천에서 배제됐고 탈당까지 이어지는‘흑역사’를 겪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2013년 3월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누드사진을 검색하는 장면이 찍혀 한 바탕 곤혹을 치렀다. 심 의원은 당시“카톡으로 들어온 주소창을 의도치 않게 클릭해 발생한 일”이라며 관련 통신 데이터까지 찾아내‘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11월 정호준 민주통합당 의원이 미상의 여인과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화면이 포착됐다. 일요서울 제공
 #일부러 찍히는 경우도 있어 

3선 또는 4선 이상의 ‘고참’ 의원 정도면 후방 위쪽에서 들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만으로도 자신의 휴대폰이 찍히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부 중진의원들의 경우 사진기자의 ‘포착 본능’을 활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앞둔 2016년 12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스마트폰 화면이 언론에 노출됐다. ‘국민은 탄핵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문자폭탄 목록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휴대폰 번호가 공개되면서 탄핵안 처리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문자폭탄이 여당 의원들에게 쇄도하던 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의원이 스마트폰 화면을 노출시킨 것 자체가 탄핵안 처리를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의원들의 스마트폰 화면은 꾸준히 언론에 등장해 왔다. 국회 상임위 회의실이든 본회의장이든, 외부 기관 국정감사장이든 장소를 불문하고 포착된 스마트폰 화면이 논란이 되거나 비판을 받는 일도 적지 않았다. 물론 그로 인한 논란의 책임과 해명 역시 본인의 몫이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장은 법률안 처리의 가장 중요한 최종 단계이자 장소인 만큼 스마트폰 메시지보다 안건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2016년 12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문자폭탄’ 메시지 목록을 띄어놓고 있다. 오대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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