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서울 소재 대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박모(29)씨는 설 연휴 고향집 방문이 반갑지 않다. 지난 2년간 취업준비생으로 지내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 지원했다 떨어지기를 벌써 수십 차례 반복했다. 지난달부터 드디어 채용전제형 인턴을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 채용 확정은 아니라 가족들에게 “취업했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지난해 고용동향에서 “각종 청년 고용지표가 크게 좋아졌다”고 정부가 강조하는 것도 박씨를 주눅들게 한다. 그는 “주변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취업준비만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어떻게 고용 통계는 좋아진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13년만에 가장 좋아진 작년 청년 고용률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전년 대비 0.8%포인트 상승한 43.5%로, 2006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 인구가 1년 사이 8만8,000명 줄어든 반면, 취업자는 4만1,000명 늘어났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률 역시 8.9%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런 숫자들만 보면 청년 고용 상황은 분명 전년보다 개선됐다.

그럼에도 청년층이 고용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는 취업자를 판단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방식 때문이다. 공식 고용 통계에서 15세 이상 인구는 반드시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셋 중 하나에 속해야 한다. 취업 상태인 사람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나머지 인구 중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를 나눈다.

여기서 취업자를 구분하는 조건 중 하나는 ‘조사가 실시되는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다. 이 기준에 따르면, 기업에서 보수를 받으며 인턴으로 일하는 박씨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준비를 하는 박씨 친구 모두 ‘취업자’인 셈이다.

 ◇‘사실상 실업자’ 통계까지 살펴봐야 

이 때문에 통계청은 보다 정확한 고용현황을 파악하고자 고용보조지표3, 이른바 ‘확장실업률’ 통계를 내고 있다.

확장실업률은 근로시간이 주당 36시간 이하이면서 추가 취업을 원하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최근 구직활동을 안 했을 뿐 일자리를 원하는 ‘잠재구직자’ 등을 넓은 의미의 실업자로 파악하는 통계다. 여기에선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은 취업자가 아닌 실업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22.9%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해 취업자로 분류되긴 했지만, 추가 취업을 원하는 청년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실제 통계청 고용동향 원자료(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늘어난 17시간 미만 취업자 30만1,000명 가운데 노인 일자리 영향을 받은 65세 이상(+12만4,000명) 다음으로 20~24세(+4만2,000명)과 25~29세(+2만1,000명)에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전체 청년층 취업자 증가분보다 1~17시간 청년 취업자 증가분이 더 컸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고용률만 보고 청년 고용이 나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 섣부르다고 진단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실업률 지표가 좋아지긴 했지만 ‘쉬었음’ 인구나 아르바이트 중인 취업준비생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청년고용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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