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설계사 명의로 허위계약을 작성하고 수수료를 가로채거나 수수료가 높은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으로 속여 판매하는 등 법인보험대리점(General AgencyㆍGA)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법인 하나를 세워두고 여러 GA들이 연합해서 운영되는 일부 대형 GA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부당이득을 취한 사례들이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3개 GA의 영업 전반을 검사한 결과 이런 내용들을 확인하고 제재 절차를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GA는 소비자 입장에서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어 양적 성장을 지속해왔다. 최근에는 국내 보험 계약의 절반 이상이 GA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GA들이 보험사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몸집을 부풀리는 ‘지사형 GA’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사형 GA는 별개의 GA들이 하나의 법인 아래 연합체를 결성하는 것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워낙 여러 개의 GA들이 있다보니 법인 차원에서 위법행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표적인 대형 GA 2곳(글로벌금융판매ㆍ리더스금융판매)과 중형 GA 1곳(태왕파트너스)을 골라 검사했다. 글로벌금융판매는 35개의 GA가 뭉쳐서 1만3,951명의 설계사가 소속돼 있고, 리더스금융판매는 14개 GA를 합쳐 설계사가 8,537명에 이른다.
금감원 조사 결과 대형 GA 중 한 곳은 본사 준법감시 인력이 2명에 불과했다. 위법사항과 민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업 규모에 대한 감시도 이뤄지지 못했다. 금감원은 “본사가 신규 모집자 숫자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며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한 임원이 자신이 모집한 고객에 대한 수수료를 가로채온 것을 적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소속 설계사들의 불법 행위도 확인됐다. 한 설계사는 약사 등 고소득 전문직 고객을 상대로 고액 상품에 가입하면 보험료의 절반을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실제 보험료를 대납했다. 또 다른 설계사는 어린이보험 계약을 따내기 위해 고객에게 어린이용 카시트 등 유아용품을 공짜로 제공하기도 했다.
불완전 판매도 드러났다. 대형 GA 소속 설계사는 수수료가 높은 종신보험을 판매하면서 이를 저축성 보험으로 속여 판매하고, 이후 고객이 항의하자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설계사는 다른 GA로 이적하면서 자신의 고객에게 기존 상품을 무리하게 해지하고 새로 이적한 GA에서 실적을 쌓기 위해 새 상품으로 계약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상품과 새 상품의 차이도 설명하지 않았다.
보험사를 상대로 한‘갑질’도 적발됐다. 한 대형 GA는 매년 우수 설계사 600~800명에게 해외 여행을 상으로 주면서, 해당 해외 여행경비 수십억 원을 보험사에 요구했다. 약정된 수수료 외에 부당한 요구였지만 보험사는 GA의 시장영향력에 어쩔 수 없이 여행경비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GA 임원 등에 의한 조직적인 위법행위 및 모집법규의 반복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엄정 제재할 계획”이라며 “보험사와의 연계검사를 강화하고 대형 GA의 내부통제 강화 GA 관리감독 방안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