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최종 서명하면서, 지난해 내내 부진을 겪었던 우리나라 수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반도체를 포함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수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ㆍ중 무역 합의가 오히려 우리나라 수출 회복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차지했다. 지난해 미ㆍ중 무역 분쟁 등의 영향으로 대 중국 수출은 16%나 감소했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는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수출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이 올해 예전 수준으로 한국 제품을 수입만 해줘도, 우리나라 수출 실적은 단박에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통상 전문가들은 미ㆍ중 무역 합의가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향후 2년에 걸쳐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는 합의문이 향후 우리 경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공산품을 미국산 제품으로 대거 교체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못지 않은 수출 부진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10.3% 줄어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미ㆍ중 무역합의에도 중국발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고 있지 않지만 우리 수출 주력인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요인이다.
가트너 등 시장조사기관들은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20% 가량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우리나라가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현물 가격도 지난해 11월 이후 10%가량 오른 상태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D램 평균 판매단가 2018년 3분기 이후 6분기만에 상승하고 가격 상승 폭은 하반기로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ㆍ중 무역합의는 글로벌 교역 환경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보다는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특히 우리 수출의 주력을 담당하는 반도체 경기가 차츰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올해 수출 실적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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