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태닉호 침몰 100주년인 2012년 4월 영국 남부 사우샘프턴의 한 항구에서 영 해군 제독이 희생자들을 추모항는 화환을 던지고 있다. 사우샘프턴=AP 연합뉴스

1912년 4월 14일 북대서양을 항해하다 3.75㎞ 해저에 가라앉은 호화여객선 타이태닉호 안의 유물을 회수하는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라는 게 명분이다. 하지만 1,160명의 희생자들이 심해에서 평안히 잠들기를 바라는 유족들이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21일(현지시간) “타이태닉호에 대한 독점 발굴ㆍ소유권을 가진 미국의 민간 인양업체 ‘RMS 타이태닉’이 선체 내부의 유물을 인양하는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여객선의 갑판실 천장을 들어낸 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전기’인 마르코니 무선통신 장비를 비롯한 각종 유물들을 건져 올리겠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배가 부식돼 사라지기 전에 유물들을 회수해 다음 세대까지 기억을 보존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사고 당시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편다.

최초로 선사 내부에 진입하려는 이들의 계획은 그러나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사고 희생자들이 사실상의 해저 공동묘지에서 편히 잠들기를 바라는 유족들의 반대가 거세다. 타이태닉호 보호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의 반대도 거세다. 영화 ‘타이태닉’을 감독한 제임스 캐머런도 선체 분해를 반대해왔다.

영국 정부도 반대 입장이다. 누스라 가니 해양장관은 전날 타이태닉호가 건조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타이태닉호 보호 조약이 잘 지켜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이 2003년 맺은 이 조약은 타이태닉호 선체 진입에 대한 허가ㆍ거부권을 양국 정부에게 부여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발효된 상태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해당 협정은 강제력이 없다”며 유물 인양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실 타이태닉호 인양 논란은 배가 처음 발견된 1985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역사적 유산의 보존을 명분으로 회사들이 이윤 창출을 노려왔기 때문이다. RMS 타이태닉은 1987년부터 타이태닉호 잔해물을 인양해 유료전시 해왔다. 1996년엔 복원된 선체 일부를 보여주면서 1인당 5,000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1998년 잠수함을 이용해 침몰 현장에 가면서는 3만2,500달러짜리 티켓을 팔기도 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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