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이 최근 개최한 북콘서트 포스터.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일본만큼 ‘세습 정치’에 너그러운 나라는 없다. 중의원 4명 중 1명이 ‘세습 의원’이고, 당 지도부나 각료 등 고위직일수록 비중이 더 커진다. 원조 세습 정치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도 전후 총리 가운데는 세습 의원이 한 명도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로 여겨진 세습 정치의 폐해에 대한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정치인들이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지역구를 손쉽게 물려받아 정치 수준을 추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우리 정치권에서도 지역구를 사실상 물려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20대 국회에서 2ㆍ3세 정치인으로 금배지를 단 의원 15명 가운데 절반이 ‘세습 의원’에 해당된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5선의 노승환 전 의원 지역구(서울 마포갑)를 물려받았고, 자유한국당 김세연(부산 금정), 정진석(충남 공주ㆍ부여ㆍ청양),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 등도 아버지 지역구에서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과 6선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 등 아버지의 지역구 인근에서 당선된 의원도 여러 명이다.

□ 총선을 앞두고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예비후보자의 ‘세습 공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 후보자가 특히 논란인 것은 다른 세습 의원들과 달리 현역 의원인 아버지의 지역구(의정부갑)를 바로 물려받기 때문이다. 문 의장이 27년 동안 6선을 하면서 다져 놓은 텃밭이라 ‘공천=당선’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현재 전략 공천 지역으로 묶여 있어 문 후보자 공천 가능성이 큰 데다 경선으로 돌린다 해도 문 의장의 영향력으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한편에서는 역차별 주장도 나오지만 ‘아빠 찬스’라는 비판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제2의 조국 사태’ 비화 가능성이다. 문 후보자 세습 공천이 조국 사태의 발화점인 불공정과 불평등에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20대 상당수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철회했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르는 데다 선거법 개정으로 젊은 유권자 50만명이 새로 편입되는 마당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총선을 ‘조국 수호 세력 심판 선거’로 설정한 프레임대로 공정성 논란이 전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희상 부자로서도 자칫 불명예의 늪에 빠질지 모르는 위기의 순간이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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