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전남 여수시 영취산에 고압 송전탑 건설 공사를 강행하면서 이를 저지하려던 주민과 충돌을 빚고 있다. 공사 강행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주민을 한전 측 관계자들이 막아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22일 여수 영취산 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최현범(71) 대책위원장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공사 현장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6일 오전부터 송전탑 공사를 위해 파 놓은 10m 깊이의 구덩이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주민 20여명도 단식농성장 옆에 움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하고 추운 날씨 속에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자, 여수시와 소방서 등 관계기관은 이날 대책회의를 열고 119구급대를 불러 최 위원장을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앞서 한전은 이날 미리 농성장 입구를 봉쇄하고 주민들의 출입을 막아 양측이 대치하면서 한 때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공권력으로부터 너무 억울함을 당해 죽기를 각오하고 항변하고 있다”며 “한전은 대화는커녕 단식농성장을 강제 해산시켰다. 송전탑 반대와 송전선로 지중화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은 호남화력 1, 2호기 폐쇄 후 여수산단과 여수지역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2017년부터 345㎸ 규모로 광양 복합화력발전소~신여수 구간에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영취산에는 20여개의 고압 송전탑을 세울 계획이며 내년 말쯤 완공할 예정이다.
지역사회에서도 송전탑 반대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여수시의회는 지난해 5월 전국의 명소인 진달래 군락지를 보호한다며 영취산 송전탑 건설 반대 결의안을 의결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도 잇따라 반대 성명을 내고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시민의 생명권, 건강권,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지만 주민 의견청취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동의도 없이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한전은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주민과 적극적인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절대적 약자인 주민들을 보호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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